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논설위원

맞벌이 부부와 싱글족 증가세가 꾸준하다. 요즘 외식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월평균 외식횟수는 2012년 7.7회, 2013년 8.9회, 2014년 9.0회로 매년 늘고 있다. 더불어 외식 트랜드도 변하는 중이다. 가정식이 외식에게 자리를 내주는 형편이다. 심지어 집밥이 식당 메뉴로 옮겨와 간편 가정식으로 진화되는 형국이다.
 
동시에 식재료의 품질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건강, 힐링 먹거리와 함께 안전·안심까지 고려한 외식을 찾아 나선다.
 
그러한 행동이 최근 소위 '먹방신드롬'에서도 보인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유래됐다.  '웹 2.0'시대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소통과 공유를 강조하는 SNS의 힘이다. 쌍방 소통의 수평적 관계로 화면 속 등장인물이 리얼하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공감한다. 이때 먹는 맛깔스런 모습이 생생하고 논리적일 경우 그것은 대중적 공감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서 등장한 트렌드가 바로 로컬푸드이다. 일본에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으로 발신된다. 식재료의 지역 생산과 음식의 현지 소비를 말한다. 건강 친화형, 환경 친화형, 사회문화 친화형을 바탕으로 한 즉, 총체적 시스템을 고려한 먹거리 방식이다. 먹거리가 단순히 맛과 영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기존의 방식과 다르다. 글로벌 시장개방에 맞서 지역의 소농을 살리고 사회정의의 실현을 목표로 한 착한 시민운동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역 레스토랑에서 지역 식재료를 소비하는 것이다. 농민도 살고 영세 음식업자도 살기위한 상생의 모습이다. 농민은 제값으로 팔고 식당주인은 더 싸게 사는 건강한 유통환경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다. 특히 조리 담당자인 셰프가 직접 산지를 방문해 현지 식재료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느끼게 한다. 또한 셰프는 현지 식재료를 발굴해내고 계약재배하게 한다. 이를테면 중국관광객이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는 중국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현지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일품종을 단작 재배하는 것과 달리 다품종을 생산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럼으로써 농가와 일대일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생산자와 구매자간 신뢰도를 향상시켜나간다.    
 
주지하듯이, 도내 일반음식점을 비롯한 식품접객업소수는 1만4000개를 헤아린다. 시장규모도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6%인 점을 감안하면 5400억 시장이나 된다. 도내 시장에서 5000억이 넘는 아이템은 흔하지 않다. 농업과 외식업의 연계가 지역농업의 안정에 기여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둡다. 지역 특급호텔 등 많은 외식업체는 제주산에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중국산 수산물, 냉동감자, 기타 채소류, 노르웨이산 고등어, 칠레산 갈치, 브라질산 돈육, 호주산 쇠고기 등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지역식재료의 공급과 가격 불안정과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식자재의 이용을 기피해선 안 된다. 수입산을 제주산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지금 로컬푸드가 빠진 정부와 지자체의 외식산업 육성 정책은 도내 소농의 보호에 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제주 외식업에 있어서 농업은 원재료의 조달처요, 농업에 있어서도 외식업은 농산물의 중요한 판매처가 되어야 한다. 전국에서 1차산업 비중이 제일 높은 제주도가 아닌가. 중국시장개방에 맞선 원도정에서 외식산업과 농업의 연계를 도모할 정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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