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한의사·제민일보 한의학자문위원

130년 전 고종 황제의 명으로 알렌 박사는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을 설립했다. 오늘날 연대 세브란스 병원의 전신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지석영은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해 종두법을 실시했다. 병의 원인이 세균이며 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이 임상에 도입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 공은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병의 근원은 마음의 치우침에서 비롯된다고 말이다.
 
발암 물질을 광범위하게 접하며 산성 물질에 침식당하는 의식주 환경에서 고혈압, 당뇨, 심장병, 뇌졸중, 암 등의 만성병이 증가 추세다. 광우병, 조류 독감, 에볼라 같은 변형된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병의 근원은 마음의 치우침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거시적인 지구의 환경 파괴와 미시적인 세균과 바이러스의 공격 앞에 인간의 신체는 무력하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자기 마음의 치우침을 알고 나와 관계되는 사람의 성격을 깨닫는다면 청정한 마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율신경의 조절과 면역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자율신경의 균형과 인체의 저항력은 밀접하다.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과립구 증가 상태가 되면서 위염, 식도염이 발생하고, 부교감 신경이 우위를 점하면서 림프구가 증가해 비염,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성 질병이 유발된다.
 
어떤 사람이 이제마 공에게 물었다. '어르신은 평소 심리적 문제를 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근심걱정으로 몸을 상하는 것보다 술을 마시고 잊어버리는 것이 오히려 몸에 더 좋지 않을까요'
 
'인간의 마음이란 건 정말 신령스러운 거지. 그래서 스스로 속이려고 해도 끝내 속일 수는 없거든. 마음은 마음의 문제로 해결해야해. 결코 술로 해결할 수는 없어' 산처럼 쌓여가는 스트레스는 울화병과 분노조절장애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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