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4060] 29. 이형철 환상숲 대표

2006년 뇌경색 찾아와
25년 몸담은 신협 퇴직
곶자왈 숲 산책로 조성
건강 회복 '제2의 인생'
 
"인간이 자연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환상숲 곶자왈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이형철 환상숲 대표(56)가 전하는 '자연 보존'에 대한 메시지다. 

환상숲 산책로 조성 당시 그는 덩굴식물인 아이비에 감싸인 소나무가 괴로워보여 덩굴을 자른 후 콩짜게덩굴이 말라죽은 것을 보고 자연의 이치를 깨달았다.

그래서 환상숲 산책코스의 마지막 해설지점은 지금도 덩굴이 잘린 채 있는 커다란 소나무 아래다.

제주서부신협 전무직까지 맡았던 이 대표는 2006년 갑작스럽게 뇌경색으로 쓰러지며 25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한참 잘나가던 47세 나이에 찾아온 불행은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듯 했다. 말투도 어눌해진데다 칫솔질도 못할 정도로 불편해진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동네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조차 꺼리며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보니 생각도, 마음도 닫혀버렸다.

그런 그에게 다시 '건강'을 되찾아준 것은 다름아닌 집 뒤에 있는 '곶자왈 숲'이였다.

두문불출하다 19년전 아내의 외조모가 물려받았다 판 땅(3만3000㎡)을 다시 사들여 곶자왈 숲의 산책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누구 도움없이 혼자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보겠다는 집념 하나로 무려 2년간 공을 들여 650m의 산책코스를 만들어냈다.

곶자왈 숲이 뿜어내는 원시 생명력으로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했고 2011년 4월 교육농장과 생태계보존 테마의 환상숲을 운영하며 제2의인생을 살게 됐다.

"숲을 제대로 운영하게 도와달라"는 이 대표의 말에 농촌컨설팅회사를 다니던 딸도, 서부농업기술센터를 다니던 아내도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곶자왈해설사로 나서며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고 있다.

"이 세상에서 저만큼 아름답고 신비한 정원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겁니다". 환상숲을 찾은 방문객들이 배워 가는 곶자왈보존의 중요성은 이 대표에게 값진 선물과 같다.
 
이형철 대표는 "숲은 변한다. 숲속 식물들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는다"며 "절망에 빠지더라도 목표의식을 갖고 도전한다면 보람된 인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웃음지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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