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중앙여자중 3학년 고현주

담근 십리
 
그의 신발을 신고 십리를 걷지 않은 이상
그에 대해 논하지 말라하였다.
그 논함의 행위 속에, 나와 그
 
나의 신은 그 작았던 옛날부터 갈수록 형태를 달리하는데
그의 신은 어느샌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신을 신고 뛰쳐나가 나의 갈 길을 정할 무렵
그의 신은 이미 멈춰있었다.
내가 하얀 신에 때가 묻을까 노심초사하던 그 때에도 
그의 신의 밑창은 너덜거렸다
 
그리고 나는 이 신을 신은채 걸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를 당신들을 논한다
 
언젠가 나만할때가 있었음에도 나를 위해 자신을 미루고
내가 미래를 정할 시기, 당신들의 미래는 나였고
어찌됐건 나만큼은 당신들과 같은 신을 신겨주지 않으려 하였던, 부모
 
현관문에서 무심코 본 구석에 처박혀 옹송그리고 있던 몇 개의 운동화들
치수가 한참 맞지않는 그 신을 이끌리듯 신어본다
이제껏 당신들이 나를 위해 걸어온 고된 길의 흔적일테죠
나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길을 걸어야하는 걸까요
무거운 마음에 흐트러지는 걸음걸이 속, 십리를 담는다. 어설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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