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정치부 차장

서기 184∼280년 중국 대륙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집필한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온 얘기다. 유비가 산적을 토벌하고 두목이 타던 적로마를 얻었다. 이마에 흰점이 박힌 말로 주위에서는 주인에게 화를 불러오는 흉마라며 타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유비는 애마로 삼았다. 하루는 유비가 자신을 죽이려는 무리에 쫓겨 도망쳐야 했다. 이 때 적로마가 깊고 넓은 강물을 단숨에 헤엄쳐 건너 추격자들을 따돌렸다고 한다.
 
이처럼 말은 헤엄을 잘 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소도 웬만큼 헤엄을 치지만 말보다는 실력이 크게 뒤진다. 커다란 저수지에 말과 소를 동시에 던져 놓으면 둘 다 헤엄쳐서 뭍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속도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말이 헤엄치는 속도가 워낙 빨라 소의 2배 속도로 땅을 밟는다고 한다.
 
그런데 장마나 홍수로 급류가 생긴 강물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말은 헤엄을 잘 치는 만큼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발버둥을 친다.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제자리에서 맴돌다가 지쳐서 물을 마시고 익사해버린다고 한다. 그러면 소는 어떨까. 소는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물살에 몸을 맡겨 강가 방향으로 조금씩 전진하려 한다. 거센 물살에 밀려 한참을 떠내려가지만 결국은 물가에 닿게 되고, 목숨을 건진다고 한다. 헤엄을 잘 치는 말은 물살을 거스르려다 죽고 물살에 편승한 소는 목숨을 건진다는 뜻에서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제주도가 지난 22일 초대형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한 제주신항 개발구상을 발표했다. 대규모 해양매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2030년까지 제주신항 개발에 투입되는 2조4670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제주신항 개발로 구도심 활성화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어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어민들이 생존권을 주장하며 반발하는 이유다. 도정이 어민과 환경단체 반발을 묵살하려 한다면 남는 것은 갈등과 상처밖에 없다. 시간이 걸려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제주신항 개발구상도 살아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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