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훈 농협대학교 겸임교수·논설위원

대한노인회가 노인기준연령 70세 공론화를 이사회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기주의 세태에서 진정 솔선수범의 본보기이다. 61세인 입장에서는 불만이지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결정에 공감하고 존경한다. 선배에게서 배울 수 있음은 행운이다. 정년 후에도 퇴직동인 모임이 있어서 직연(職緣)을 계속 살려나갈 수가 있고 선배들의 언행에서 늘 배우고 있다.
 
80대 중반임에도 걸음걸이도 날렵하게 건강을 유지하면서 늘 유머와 교훈을 주는 선배들이 있다. 특히 H직장 대선배님은 독서를 꾸준히 하며, 건배사를 하더라도 멋진 한마디로 후배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축구경기에서 연장전이 더욱 재미있듯이 노후의 생활을 인생의 연장전으로 팔팔하게 의미 있게 살자면서 건배구호로 '슛~ 골인~'이라고 한 것은 압권이다. 서울에서 이 건배사를 인용했더니 대박이 터졌다.
 
60대 중반의 O직장선배는 퇴직 후에도 엄청 바쁘다. 제2인생으로 수필 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좋은 작품도 많이 쓰고, 사회봉사도 열심히 하고 있어 만날 때마다 대화를 하고 나면 충전이 된다. 한국의 국보 강사인 J선배는 치열함의 전형으로 자극을 주고 필자의 미흡한 부분을 엄중하게 지적을 해주어 늘 감사하다. 모두 우리 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선배들의 지혜와 삶의 결과가 오늘 우리 사회를 이룬 것이다.
 
'불경일사(不經一事) 부장일지(不長一智)'라고 즉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고서 한 가지 지혜가 자랄 수 없다'라고 했다. 선배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는 값진 것이다. 그 것을 알아주는 것이 공동체의 성숙함이라 본다. 노인들을 폄훼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주는 우스개가 '너 늙어봤냐? 나 젊어봤다!'이다. 
 
지금 현인(賢人)으로 존경받는 학자가 김동길 박사다. 필자는 아침마다 88세의 김 박사가 홈페이지에 올리는 칼럼을 읽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런 훌륭한 석학과 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며 김동길 박사를 흠모한다.
 
수년전 직접 가까운 거리에서 강의를 듣고 난 다음에는 광팬이 됐다. 강의 원고도 전혀 없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도란도란 논리적으로 말하면서도 고차원적인 유머, 강약을 조화하다가 결정적인 열변으로 진행하는 강의를 수강하면서 김 박사를 인생선배의 모델로 삼게 됐다.
 
필자의 경우 칼럼 한편을 쓰려면 주제를 정하고 나서 1주 이상 진통을 하며 겨우 탈고를 한다. 그런데 김 박사는 매일 한편씩 하루도 거르지 않고 7년째 인터넷에 올리는 걸 보고 감탄하게 된다. 시의 적절한 주제로 동서양을 넘나드는 학문적 지식으로 쓴 글을 보며 많이 깨닫게 된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모 종편방송에 나온다. 목요일에 하는 낭만토크는 주변에서 인기가 있다. 국민 인성교육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김 박사는 일관되게 자유민주주의에 신념, 애국심의 실천을 강조한다. 용기가 대단하다. 불의와 몰상식에 대해서는 어떠한 권력단체에 대해서도 바른 소리를 통쾌하게 한다. 사육신과 안중근 장군의 '호연지기(浩然之氣)'가 그리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깜짝 놀란 것은 겸손함이다.
 
50년 교수생활 5000회 이상의 강의 경험자가 아직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남에게 가르치지 않는지 반성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내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면 정직하게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많은 젊은 사람들을 앞에 놓고 강의나 강연을 할 때에는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좀 더 정직하게 살았어야 하는데!'라고 고백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이런 훌륭한 분이 좀 더 오래 살아 후배들에게 교훈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노소장유(老少長幼)는 천분질서(天分秩序)'라 '선후배는 하늘이 준 질서다' 사회의 행복한 조화를 위해 선배들의 인생을 본받고자 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희망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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