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21세기한국연구소장·정치평론가·논설위원

지금 정부의 메르스(MERS) 정책 변화는 '예방 치료할 곳은 보다 철저히 예방 및 치료해야 하고, 다음에는 그 예방과 치료를 공동체 단위에서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대신에 국민생활과 관련해 자유와 공정성을 보장할 곳에는 더욱더 철저하게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목표는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에 고건 총리의 '사스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인천공항에서 사스에 걸린 입국자를 보다 철저히 막으려는 노력은 오히려 적지 않은 환영을 받았던 사례를 남겼다. 그런데 지금 중앙정부에서 뛰는 사람들을 보면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이 부지런한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두 사람에게는 더욱 본연의 임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지금이야 말로 대통령이 관여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환자관리를 직접 담당해야 한다. 환자의 정확한 관리를 위해서 국민들의 협력도 구해야 한다. 이것은 정부의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기회도 된다. 이와 함께 고도의 통계기법도 필요하다. 이때 한국의 고등 수학자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환자가 발생해 그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은 현재 시민사회의 자유의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가능하다고 본다. 전염병의 예방과 치료문제, 이것은 보다 철저히 행할 수록 좋다. 이 영역은 시민 자유의 영역과 충돌하지 않고 잘 넘어갈 수 있다.
 
시민사회 영역에서 세계 최초의 근대소설이라 불리는 「데카메론」이 쓰여진 배경은 페스트가 번지고 있는 당시 봉건사회였다. 「데카메론」에는 새로운 시대정신(근대성)이 원활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 소설을 보면서 많은 평론가들은 '중세의 교회와 봉건제도를 조소하는 신흥 부르주아지 사회의 승리의 기록'으로 분류하곤 한다. 이 소설에는 다양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다양한 삶이 기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수세기에 걸친 설화의 호색성이 반영됐다.
 
인간을 감동시키는 「데카메론」은 분명히 그 효과면에서는 세계 근대문학의 새벽을 알리는 '여명의 소설'이었다.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근대를 열어 젖힌 것이다. 조선의 개국보다 몇년전에 서양에는 근대문학이 싹터 올랐다. 「데카메론」은 1349∼1351년의 작품으로, '10일간의 이야기'라고 번역됐다. 
 
저자인 보카치오는 서사에서 불행한 사람들의 고뇌를 덜어 주기 위해 이 책을 쓴다고 말하고, 1348년의 페스트에 관한 기술로 작품 제1일의 서화가 시작된다. 
 
페스트 난을 피해 피렌체 교외의 별장으로 옮겨 온 숙녀 7명과 신사 3명이 10일간 체류하며 오후의 가장 더운 시간에 나무 그늘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성 중에서 가장 젊은 네이피레의 이야기는 제일 천진스럽고, 팜피로와 디오네오가 대담한 이야기를 하는 등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서 내용과 리듬이 달라지고 등장인물도 여러 계층으로 묘사됐다.
 
요즘 중동호흡기중후군이 번지는 한국에서 필자는 이런 「데카메론」의 역사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곤 한다. 이제 시대는 달라졌다. 이 소설의 핵심에는 선진국이면서 아울러 후진국이기도 한 한국의 청년 구직자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아울러 이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자영업자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결국 필자는 이 소설이 양극화된 '현대의 계층 사회'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중들의 희망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예측해 본다.
 
이런 소설을 참으로 기다려 본다. 지금의 시점이야 말로 한국에서 신간 「데카메론」이 가장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