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얼마전 (사)청년제주에서 개최한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했다. 600여명의 청·장년들이 매달 1만원 이상씩을 모아 21명의 고등학생들과 대학생 57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고, 회원 중 김형준 탑동의원 원장과 강인수 치과 원장, 김형섭 산방식당 대표 등 3명이 10여명의 대학생들에게 각자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전달했다.
 
제주지역에 장학금을 수여하는 단체들이 많이 있으나 이처럼 여러 사람들이 모여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제1기로 장학금을 받았던 김상철씨가 ROTC 장교로 복무하면서 받은 월급을 매달 모아 후배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것이 단 한 번의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벌써 4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니, 이런 분들이 있어서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 그지 없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도내 고등학교가 도민과 동문 등으로부터 후원받는 발전기금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6번째로 많지만 고등학교 장학금 수혜 수준은 전국 13위로 나타나 발전 기금은 많이 거둬들이면서 정작 장학금은 찔끔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자금들은 지원을 해 주시 분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까닭에 학교 측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학교에 자금을 주는 대신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경우도 많으므로 이 통계가 전체적으로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장학금을 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 분들의 주장을 보면 장학금을 줘도 고마운 줄도 모르고 그저 용돈으로 써 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장학금을 주지 않고 학교를 통해서 수여할 때에 그런 일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어느 학교에서는 장학금을 전달하는 사람과 학생들이 만나는 시간을 마련해 학생들로 하여금 고마움을 표하도록 하는 경우도 봤다.
 
그렇지만 필자는 장학금을 주는 등 봉사를 하는 것이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경에 쓰여 있는 것처럼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봉사는 진정한 봉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필자는 봉사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진 빚을 갚는 행위라고 강조하곤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대로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관계로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삶을 지탱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때로 운이 따라야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전폭적이 지지와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성공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뜻이고, 달리 말하면 빚이 많다는 의미다. 필자는 이것이 서양에서 얘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소위 성공했다는 많은 분들이 성공이 자기가 똑똑해서 이뤄진 것으로 오해하는 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기의 힘으로 이룬 성공이니 빚 진 것이 없고, 그러니 다른 사람에 대한 의무 또한 없다고 여기고 오직 자신이나 가족들만을 위해 힘써 많은 사회적 문제점이 대두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열리는 고위 관료들의 청문회를 보노라면, 과연 이 분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이미 장학금을 받은 분들이 김상철씨처럼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자신이 받은 장학금에 이자를 두둑이 쳐서 되갚기를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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