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교육문화체육부 윤주형 기자

제주교육 당국이 교실 혁신을 위해 아이들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기존 제주교육 정책을 '성적' 위주라고 판단, 아이들에게 과도한 입시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교육감은 취임 이후 교육을 혁신해 '서열과 경쟁'보다는 '배려와 협력'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기존 수업 방식을 바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주인'이 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각종 교과 연구회에 지원을 강화하는 등 교사에게 '교실 혁신'을 위해 연구와 공부를 통한 자기계발을 요구하고 있다. 
 
교사들도 저마다 자신이 동의하는 수업 방식을 배우며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동아리 형태의 교사 모임에서 나온 수업 방식이 검증된 것인지 의문이다. 
 
이 방법으로 하다 안 되면 저 방법을 사용할 때 생기는 피해는 아이들에게만 돌아간다. 
 
교사는 올해 시도했던 수업 방식이 효과가 없다면 내년에 다른 형태의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의 경우 3년이란 학사 일정의 1/3을 차지하는 1년을 손해볼 가능성이 크다.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장을 담근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교육 혁신을 위해 최소한 공식적으로 검증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업 방식을 학교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강행한다면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고,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의존할 가능성은 커진다. 
 
정부가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다음 달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하지만 벌써 '인성 학원'이 생길 조짐을 보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을 세우는 일(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인만큼 '성급함'보다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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