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들 "한국측 '정치적 선언을 조약에 반영하는건 부적절' 입장"

▲ 윤병세 외교장관(왼쪽)과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에너지부 본부에서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문에 서명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원자력협정에 남북한이 1991년 12월31일 발표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반영할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남북한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을 하지 않는다" "남북한은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한국의 비핵화·비확산 의지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반영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한국 정부는 비핵화 공동선언이 정치적 선언으로서 법적 효력을 갖는 조약에 반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결국 최종 협상과정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의회내 비확산 강경론자들이 협정에 반대할 가능성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에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골드 스탠더드'가 포함되지 않아 일부 비확산론자들이 이의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소식통은 "워싱턴 내에서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한국도 상황에 따라 '핵무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들이 나오고 있다"며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은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친한파 학자인 찰스 퍼거슨 미국과학자협회(FAS) 회장은 지난 4월말 보고서를 내고 "미국과 중국이 북핵문제를 계속 방치하거나 일본이 핵무기 획득을 시도하려고 할 경우 미국이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은 이미 일반 원자로에서 수백 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분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한데다가, 핵탄두 설계 기술과 첨단 운반체계 능력까지 구축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 내 수십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한·미 양국 정부가 정식 서명한 협정안을 바로 다음날인 16일 미국 의회에 넘기면서 성명을 통해 "한국은 비확산과 관련해 강력한 트랙 레코드(이력)를 갖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비확산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도 이날 현황자료(Fact Sheet)를 내고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비확산 동반자 중의 하나"라며 "한국은 높은 수준의 비확산과 안전, 안보를 이행하는 데서 양자와 다자무대를 통틀어 지극히 능동적인 활동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특히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의해 야기된 안보와 비확산 위협에 대처하는 데서 IAEA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대에서 강력하고 긴밀한 파트너가 돼왔다"며 "미국과 한국은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으며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북한을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도록 이끄는 데 있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회로 송부된 협정안은 연속회기 90일 내에 불승인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으면 자동 통과된 것으로 간주되지만, 상·하원 심의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 상·하원은 이르면 내주부터 외교위 등 소관 상임위에서 심의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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