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2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처음으로 광주와 전남을 방문해 지역감정 타파와 국민화합 및 통합을 역설했다.

이 총재가 이날 "정치보복은 없다"며 화합.통합을 통한 전국정당을 강조한 것은 지난 10.25 재.보선 과정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호남민심을 점검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취약지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함평.영광지구당과 광주 동구지구당 임시대회 격려사에서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까지 동원해 호남에 대한 애정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선거과정에서 이 지역에서는 2-3%, 심지어 1%의 지지율 밖에 얻지 못했지만 단 1명이라도 이회창 이름 밑에 동그라미를 치는 분이 있는 한 우리당은 호남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함평과 영광은 한 선거구로서 미워하지 않고 서로 돕지 않느냐.이것은 나라 전체에서도 충분이 가능하다"며 지역감정 타파를 역설하고 "한나라당이 전국을 포괄하는 정당으로서 통합과 화합을 이룰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치는 마음과 마음을 합쳐 서로 손잡고 갈 길을 갈 때 올바른 정치가 되는 것으로, 불구대천지 원수에 뿌리를 가진 것이 아니며 평생 볼 수 없는 사람처럼 미워해서는 안된다"며 "그러나 이 평범한 진리를 잊어왔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날 김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비판은 자제한 채 정치보복 금지와 지역감정 타파, 화합.통합을 강조한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김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 총재는 "`정치9단"이라고 모든 길에 지뢰를 깔아 상대를 떨어뜨리는 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정직하게 국민이 바라는 것을 보고 정도로 나갈 것"이라고 3김(金)과의 차별화도 잊지 않았다.

이 총재의 이날 호남방문은 올들어 4번째다. 이 총재가 자주 호남을 찾는 것은 텃밭인 영남을 석권하고, 전략요충인 충청지역을 공략한 뒤 여세를 몰아 호남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할 경우 내년 양대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광주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광주동구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한 뒤 영업부를 방문, 새 통장도 개설했다.
IMF(국제통화기금)로 퇴출위기까지 몰렸던 광주은행이 최근 흑자로 전환, 영업이 정상화된 점을 축하하고 이 지역의 경제발전을 염원한다는 차원에서다.(광주.영광=연합뉴스) 최이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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