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두 제주언론인클럽

어떤 기획안을 평가할 때 우선 검토되는 것은 기획안이 '새로운 것이냐'하는 것이다. 
 
김태환 도정 시절 내놓은 '제주 목포 간 해저터널'은 새로운 시각이었다. 남북통일 이후를 내다 본 이 기획안은 고속전철 전용으로 해저터널의 중간인 추자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발 빠르게 전남이 호응했고, 더 나아가 목포에서 추자까지는 바다위로, 추자에서 제주시까지는 바다밑으로 건설하자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제주를 출발한 젊은이들은 서울과 평양을 지나 유라시아로 진출하고 추자공항에 내린 세계 여러나라의 사람들은 제주 또는 목포로 10분이면 고속전철에서 하차한다. 추자공항은 초음속 여객기시대를 대비한 일본 오사카시 앞의 간사이 비행장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 제주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은 고속전철로 내일 아침 서울 등지의 시장에 내다 파는 새로운 시장시대의 열림이다. 
 
하지만 김 도정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이 일의 주체가 될 도민들에게 세미나·토론 또는 도민과의 대화를 통해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봤어야 했다. 해저터널이 왜 필요한지 물류·자본·사람이 24시간 계속 이동해야 하는지를 설득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절차를 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요즘 제주에는 큰 기획안들이 발표되고 있다. 신공항이냐 기존공항 확장이냐, 탑동해안을 다시 매립하는 문제, 에너지정책을 비롯해 첨단과학기술단지를 두고 또 다른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일을 보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섬에 바다고 산이고 또는 들이고 마구잡이로 설치하고 있는 풍력발전시설을 본다. 자연을 파괴한다고 고압전주를 땅에 묻으라고 하는 도민들의 소리가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사실 풍력이나 태양에너지는 대륙이나 사막지대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20여년 내로 총 발전량의 50%를 태양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하는 것은 영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제주에 새로운 에너지정책을 세운다면 수소에너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가운데 있는 섬의 지정학적인 환경이 그렇고 미국 등 선진국들이 2025년이면 자동차는 물론 일반적으로 쓰인다는 친환경수소에너지를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제주를 수소에너지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지정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취지에도 합당하다. 그것도 아니면 제주대학교와 제주에너지공사가 공동으로'제주수소에너지연구소'라도 설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삼다수급 지하수로 농약을 살포하고, 돼지우리 청소 및 자동차를 세차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중수도 도입, 담수화정책 확대, 용천수 활용, 저류지에 물을 저장해서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석유나 가스같은 화석에너지가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세계는 지금 대체에너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너지정책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을 에너지자원으로 보는 생각의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기우'라는 말은 세상이 편안해서 혹시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데서 비롯됐다지만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지하수를 퍼 쓰다가 한라산이 내려앉지 않을까'라는 농담 아닌 농담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낯설게 하기'란 말이 있다. 러시아의 이론가 시클롭스키가 먼저 쓴 이 말의 뜻은 '다르게 보는 것'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하는 사람들.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세상을 해석하는 여러가지 방식을 익혀나가고 사회는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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