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살면서 모르고 지나갔으면 싶은 것들이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코호트 격리, 에크모 같은 단어들은 불과 한 달 전이라면 일반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전문용어였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게 된 단어다.
 
이런 단어들은 좀 모르고 살았으면 좋겠다. 요즘엔 아침에 TV의 전원을 켜면서 확진자, 사망자, 격리대상자 옆의 숫자가 늘지는 않았는지 불안해 하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지는 않았는지 마음을 졸이게 된다.
 
메르스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의하면, 메르스 사태가 이달 말 종식되면 우리나라의 GDP 손실은 4조425억원 정도의 규모이며, 7월 말에 끝나는 경우 9조3377억원, 8월 말까지 가면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성장률은 각각 0.26%포인트, 0.61%포인트, 1.31%포인트 영향을 받는다고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메르스 사태가 3개월 가량 지속될 때 우라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8% 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주 확진판정을 받은 관광객이 잠복기에 제주를 다녀갔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제주지역도 만만치 않은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듯 하다. 
 
당장 제주공항이 한산해지고 택시승강장에 택시 줄이 길어졌으며, 중앙로를 비롯한 도심의 관광객은 물론 주민 유동인구가 줄었고, 식당도 한산해졌다. 예정됐던 주요행사와 모임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것을 보면, 지역의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메르스 사태의 전개를 지켜보면서 정부와 국민 사이의 체감온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필요 이상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개인위생에 유의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발표를 못 미더워하는 것 같다. 
 
메르스의 공포가 일상화된 거리 어디서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 마른 기침이라도 하는 날에는 모든 시선이 그리로 향하고, 기침을 한 당사자는 죄인처럼 주변의 눈치를 살핀다. 만나는 사람들은 악수를 꺼리고, 되도록 회식이나 모임은 하지 않으며, 어쩔 수 없는 회식자리에서도 잔은 돌리지 않는 것이 예의가 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적절하고 헌신적인 대처는 주민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공항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입도객들에게 손소독제와 함께 메르스의 주요 증상 및 발현시 연락처가 상세히 적힌 안내장을 배포하고 있다.
 
얼마 전 확진 환자가 다녀갔을 때는 환자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상세히 공개하고 모니터링에 들어갔으며, 해당 관광지나 음식점을 이용한 도민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렸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제주는 아직 메르스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제주지역의 특성상 발병가능자의 방문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향후 확진자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고 선제적인 사전대비를 해야 한다. 
 
입도객에 대한 발열검사뿐만 아니라타 지자체 또는 한국공항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제주행 항공기 탑승시 발열검사가 이뤄지도록 해 의심환자를 사전 차단하도록 했으면 한다.
 
또한 도민 격리대상자 지원 체계를 사전에 구축해 도민의 일상생활을 안정시키도록 하고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의 정기적인 방역에도 보다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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