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선 「탐라에 매혹된 세계인의 제주 오디세이」 발간
본지서 5년간 연재한 기획 증보판…거장 25명 인터뷰
"제주의 자연·역사·문화·사람을 통해 미래가치 모색"

제주가 유난히 수용에 인색했던 '섬 밖'의 시선은 날카로우나 촘촘하다. 섬 안에서는 다 보지 못했던 '사실'과 '객관적'이란 이름으로 더 따뜻했던 통찰력은 섬의 힘이 된다.
 
허영선 시인이 「탐라에 매혹된 세계인의 제주 오디세이」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했다.
 
책은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제민일보 지면을 통해 연재했던 기획 '허영선이 만난 사람'의 증보판이다. 당시 취재 내용을 토대로 최근의 이야기를 보태 업그레이드 했다.
 
거장들의 '말'을 기록하면서 제주의 '거죽' 보다 제주를 지탱하는 '뼈'와 제주 사람과의 깊은 정을 지켜내야 할 '가치'를 찾는다. 거창한 수식어는 없어도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며 그리워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부드러운 어조로 또 때로는 날 선 경고와 제언으로 '섬'이란 단어를 단단히 채운다. 
 
1장은 '제주의 자연에 매혹된 사람들'을, 2장은 '제주의 문화에 매료된 사람들', 3장은 '제주의 사람에 빠져든 사람들', 4장은 '제주의 고통과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각 담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르 클레지오와 프랑스 시인 카티 라팽 등 25명의 '거장'들과 나눈 대화가 소개됐다.
 
"제주도는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있는 땅, 확신의 땅이라기보다는 감성의 땅"이라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르 클레지오는 말했다. '천혜의 자연'이라는 제주의 수식어보다 4·3 등의 아픔을 품은 제주의 속살을 끄집어냈다.
 
2013년 강제 철거되는 비운을 맞은 '카사 델 아구아'의 건축가 고(故)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바다와 땅이 이어진 부분, 점점 갈수록 올라가는 오름의 느낌, 지형적인 것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제주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허 시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이 말들은 저장해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번 스치듯 떠나는 말이라 하기엔 너무도 아까웠다"는 말로 활자 이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허 시인은 제민일보 편집부국장과 제주4·3평화재단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4·3연구소 이사와 제주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뿌리의 노래」 「섬, 기억의 바람」 「제주4·3」 「제주4·3을 묻는 너에게」 4·3구술집 등이 있다. 서해문집·1만3900원.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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