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소진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7시30분 세이레 아트센터. 암전됐던 무대가 환해지면서 극이 시작됐다. 머리가 하얗게 센 두 명의 배우가 무대위로 등장하자 관객들은 숨을 골랐다.
 
티격태격 주고받는 대사 마디마디 마다 귀에 꽂힌다. 바로 노인들의 사랑을 그린 '늙은 부부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미 많은 연극인에 의해 무대에 올려지며 대중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긴 하지만 이번 제주 연극이 주목받야 할 이유는 다양하다.
 
제주 소극장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강상훈·정민자 부부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베테랑인 만큼 연기, 연출 등은 이미 이름만으로도 '보증수표'다.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배우들의 노련함이 관객들을 흡입한다.
 
두번째 이유는 '독립'이다. 그동안 행정 지원에 의존적이었던 관행을 탈피하기 위한 부부 배우의 노력이 이번 공연에서 빛을 발했다. 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고 전문 기획자를 영입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마디로 투자를 했다.
 
이 가운데 '부족함'을 꼽자면 바로 '관객'이다. 관객이 없는 무대는 '죽음'과 다름없다고 한다.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연극도 생사의 칼날 위에 아슬아슬 서 있다. 관계자에게 묻자 예매율이 5%도 안된단다. 이는 '늙은 부부 이야기' 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내 문화예술계 전반의 모습과 다름없다.
 
관객에게 의무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관심은 당부하고 싶다. 제주 문화예술은 관객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이번 주말은 '술자리 회식' 아닌 '감성의 양식'을 권해본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외에도 소극장축제 등이 문화공연 스케줄이 가득하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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