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다행히도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 거의 한 달 이상 전국을 긴장에 몰아 놓았고 많은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안겨줬던 낯선 질환이 반복되는 홍보효과에 의해 오히려 그 이름만큼은 친근해졌다. 
 
보름 전 메르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의료원장 회의 참석차 세종시의 보건복지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도중에 바싹 말라버린 대지를 바라보면서 운전기사가 지역의 가뭄 걱정을 많이 했다. 
 
문득 가뭄과 메르스 질병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됐다. 이름 그대로 중동에서 온 질병이기에 건조한 사막 날씨와 거기서 살고 있고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낙타가 떠올랐다. 
 
당시 우리나라의 가물은 날씨가 중동의 건조한 날씨와 비슷하기에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어 보였다. 비가 내린다면 가뭄도 해소될 것이고 어쩌면 메르스 조차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해 봤다. 
 
그 날 대책회의에 참석한 대다수의 의료원 원장들은 메르스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논의했고 당시 양성 환자가 없었던 제주도라서 필자는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 발병한다면 닥치게 될 심각한 상황을 생각하니 덜컥 겁도 났다. 
 
공교롭게도 당시 제주도는 가물지 않아서 가뭄 걱정도 없었고, 그 덕택인지 메르스도 발병하지 않고 지날 것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과거에는 날씨가 많이 가물면 나라에서 기우제를 올렸으며 이번에도 강릉 어느 지역에서는 실제로 기우제를 올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오늘 날처럼 과학이 발전하고 불가능한 일이 없을 것 같아도 역시 날씨만큼은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오죽하면 마사이족을 초청해서 기우제를 올린다면 100% 성공한다는 우스개 말이 있어서 왜냐고 물었더니 '비가 올 때까지 계속해 올리니까'라는 넌센스 대답이 나와 씁쓸하게 웃기도 했다. 
 
서귀포 의료원의 경우도 메르스 사태 대비에 있어 미비한 점이 몇 가지 발견돼 앞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먼저 10개의 음압격리 병상을 갖추고 있지만 2개는 1인실이고, 나머지 2개는 4인실이어서 결국 실제로 유사 시 쓸 수 있는 공간은 4개의 병실뿐인 셈이다. 앞으로 의료원에서 격리 입원시킬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새로 8개의 병실을 더 확보할 예정이다. 더구나 격리환자의 안전한 입원 동선이 뚜렷하지 않아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실하게 보완할 계획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전염병 관리체계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초기에 메르스에 대한 의학적 편견이 있었는지 당국이 감염자 관리에 미숙함을 보였던 것이 커다란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감염된 환자와 노출된 병원을 가급적 조기에 공개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일찍 구해 지금과 같은 슈퍼감염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조만간 메르스 백신을 서둘러 개발해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교훈삼아 앞으로 다가올 위험에 단단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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