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편집국장

학교 운동장은 학생들이 운동이나 놀이 등을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기구나 시설을 갖춘 넓은 마당을 말한다. 학생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정규 교육과정 일환으로 효과적인 체육학습이 이뤄지는 배움의 터로서, 1969년 '학교시설 설비 기준령'에 따라 필수시설로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런 사전적 의미 외에 학교 운동장은 배려와 협력으로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공간으로도 자리한다. 전용 마을운동장을 갖추고 있는 곳도 있지만 형편이 그렇지못한 농어촌지역 마을과 도시에서는 학교 운동장이 여가를 즐기고 체육대회 등 동네축제나 행사를 열면서 화합하는 공간이 된다. 
 
학교 운동장은 이처럼 배려와 협력으로 행복 공동체를 만드는 공간이지만 그곳에서는 선의의 경쟁도 이뤄진다. 학생들은 체력 향상을 위해 자신과 경쟁하고, 학교 체육대회에서는 팀별 명예를 걸고 승부를 펼친다. 마을체육대회를 여는 주민들도 자신들이 속한 팀을 위해 경쟁하는 한편 지역현안을 놓고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소통하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 간다.
 
최근 학교 운동장을 두고 제주교육이 시끌시끌하다. 이석문 교육감 취임 후 제주도교육청이 운동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교 학부모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인조잔디 운동장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천연잔디나 마사토만을 대상으로 한 탓이다. 물론 도교육청이 천연잔디나 마사토를 내세우는데는 인조잔디의 유해성과 부상 우려 등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교육청이 학부모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의견을 듣는데 소홀함으로써 마찰을 키웠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보낸 가정통신문에는 마사토의 장점에 대해 '비 날씨를 제외하고 연중 사용 가능', 단점은 '상당한 양의 흙먼지가 발생함' 등 간략한 설명 뿐이었다. 현재 도내 상당수 학교가 천연잔디 운동장인데다 마사토 운동장은 한군데도 없는 상황에서 선호 모형을 선택하도록 한 결과 '의사결정의 왜곡 현상'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교육청이 운동장 교체와 관련해 천연잔디와 마사토를 기본으로 하되 다인수 학교와 운동부 운영학교 등은 필요에 따라 학교와 학생,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인조잔디를 조성할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지난 3월 갑작스럽게 인조잔디 불가 방침을 내리자 학부모들과의 마찰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미 인조잔디 재포설을 추진하고 있는 학교의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교 운동장을 천연잔디나 마사토로 교체하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석문 교육감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교육감이 교육의원 시절 인조잔디 운동장의 문제점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개선대책을 요구해온 만큼 교육감의 의중이 깊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주민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책이 외면당하는 것처럼 도교육청의 학교 운동장 조성 정책이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해도 학부모 등 교육가족과 협력하지 못하면 잡음이 커진다.
 
천연잔디나 마사토로 운동장을 교체하는 것이 이 교육감이 교육의원 시절부터 지녔던 생각이라 해도 학부모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와 의견수렴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도의원 시절에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날카롭게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지만 지금은 제주교육을 경영하는 교육감의 신분으로 다른 의견도 타당성이 있으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배제하고 자신의 의견만을 밀어붙이면 추진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이란 부작용을 겪는다. 이는 단지 학교 운동장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의 행복한 교육 실현을 위해서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열린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려와 협력은 대화와 타협처럼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공동선을 추구할 때 실현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