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춘 제주발전연구원장

직립인간(homo erectus)이 걷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걷기 결핍으로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처방전은 '걷기'이다. 필자는 1999년부터 시작해 16년째 매일 5㎞ 이상을 규칙적으로 걷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스마트폰의 걷기 앱을 확인해 보니 지난 1주일 동안 매일 11㎞를 걸은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 운동이 열풍인데 사람들이 걷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물론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걷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첫째, 걸으면 건강해 진다는 것이다. 걸으면 비만, 요통, 고혈압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필자의 경우 5㎞를 걸으면 체중은 500g 감소하고, 10㎞를 걸으면 1㎏ 감소한다. 허리가 아플 때는 집 안에서 침대에 누워 있지 않고 운동장으로 나가 걸으면 빠른 시간 내에 요통이 사라지는 것을 매번 체험한다.
 
둘째, 걸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들이 즐겨 사용했던 라틴어 중 'solvitur ambulando'라는 것이 있는데 직역하면 '걸으면 해결된다'이다. 
 
규칙적인 산책으로 유명한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걸을 때 가장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고 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걷기가 창조적인 생각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걷는 것과 앉아있는 동안의 창조성 수준을 비교한 결과 걷는 동안 창조적인 내용이 평균 60%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걸으면서 미팅을 한다고 한다. 필자도 걸으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그날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하고, 각종 회의에서 해야 할 말에 대해 생각한다.
 
셋째, 걸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필자는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신문을 느긋하게 보거나 TV 뉴스를 볼 시간이 없다. 아침에 걸으면서 라디오로 아침뉴스와 주요 이슈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매일 고전으로 배우는 경영을 듣고 주말에는 국내 저명강사들의 경제특강을 들으면서 연구원 경영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정보를 얻고 있다. 
 
넷째, 걸으면 다른 사람을 걷게 할 수도 있다. 아침마다 학교 대운동장 트랙을 걷는데 필자 외에도 두 분이 더 걷는다. 그 중 한 분은 자주 걸으시지만 매일 걷지는 않으신다. 그런데 그 분이 아침에 걸을지 걷지 않을지 갈등이 생길 때 운동장에 나가면 내가 걷고 있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걸으러 나오신다는 것이다. 그 말씀 때문에 나도 더 큰 책임감으로 걷고 있다.
 
걷기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다. 걷는 시간은 소모되는 것이 아니고 건강 증진, 생산성 향상, 지식 축적을 위해 투자되는 것이다. 필자는 은퇴 전에 걸어 보고 싶은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제주의 올레길을 모두 걸어 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 보는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나의 남은 인생을 설계하고 싶다. 걸으면 해결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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