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태풍의 계절' 불안한 제주

▲ 제주시는 지난 2013년 제주시 신설동 '막은내'를 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했지만 토지보상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아직까지도 정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막은내 전경. 고경호 기자

'찬홈' 간접영향에 피해 속출…상황 전파 한계
재해지구·소하천정비 '소걸음' 주민 걱정 키워

태풍의 계절인 7월로 접어들면서 도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태풍의 위력이 거세지면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주도정의 재난대응시스템이 한계를 보이고 있고, 재해예방지구와 하천정비사업 등이 더디게 진행,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거세지는 태풍 피해 속출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태풍 발생횟수는 25.6개로, 이중 제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3.06개다.

올해 들어 13일 현재까지 12개의 태풍이 발생해 제9호 태풍 '찬홈'이 제주에 피해를 입혔고, 제11호 태풍 '낭카'도 한반도를 향해 북상중이다.

문제는 해수온 상승 등의 영향으로 태풍의 위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해수온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매년 0.06도 비율로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의 열용량이 증가하면서 최근 슈퍼태풍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초속 67m 이상을 슈퍼태풍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태풍의 위력이 거세지면서 피해를 막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7년 9월 시간당 100㎜ 안팎의 폭우를 동반한 태풍 '나리'로 제주지역에서 13명이 숨지고 1600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또 2012년 태풍 '산바' 상륙 당시 하루 700㎜ 이상의 비가 쏟아졌고, 지난해 태풍 '나크리' 발생 때에는 하루 1400㎜의 물폭탄으로 주택과 농경지 곳곳이 침수됐다.

지난 11일과 12일 제주에 피해를 입힌 태풍 '찬홈'도 이틀간 한라산 윗세오름에 1300㎜ 넘는 기록적인 폭우를 기록했다.

△겉도는 제주도 재난대응시스템

태풍이 위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제주도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여전히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안전관리실을 신설했지만 태풍 '찬홈' 진행 및 피해상황 등을 신속하게 전파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12일 태풍 간접영향에 보호수와 가로수가 부러지고 신호등과 건축공사장 울타리 등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속출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도민들은 중국으로 향하던 태풍 '찬홈'이 우리나라로 진로를 바꾼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만큼 제주도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긴급상황 전파에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제주시와 서귀포시로부터 재난상황을 문자서비스로 제공받는 도민도 2만40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안전본부가 집계하는 태풍 피해현황도 제각각이어서 종합적인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재해위험지구 정비 소걸음

제주도의 재난대응시스템과 함께 기반시설 정비도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자연재해위험지구는 제주시 33곳, 서귀포시 35곳 등 68곳이다.
 

하지만 자연재해위험지구 68곳 가운데 정비공사가 완료된 곳은 13일 현재 제주시 19곳, 서귀포시 19곳 등 38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자연재해위험지구인 제주시 14곳, 서귀포시 16곳 등 30곳은 추진 중이거나 향후 추진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제주시 지역 소하천 정비사업도 정비구간 39곳 104㎞ 가운데 공사가 마무리된 곳은 11곳 34㎞로 추진실적이 저조한 상태다.

주택과 농경지 침수피해 예방을 위한 재해위험지구 및 소하천 정비사업 등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집중호우 때마다 제주시 지역 주요도로에서 우수관 역류현상 등이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비도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 권혁신 제주지방기상청장은 "태풍으로 인한 제주지역 피해가 점점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철저한 방재대책과 연구·분석 등 사전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에는 국가태풍센터와 기후변화감시센터, 국립기상과학원이 설치됐고, 기상관측망도 전국 최고로 조밀해 우수한 관측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도민들도 언론과 모바일 등으로 태풍 관련 특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봉철·고영진 기자>

강동호 제주도 재난대응과장

"자연재해 인명피해 제로화 실현에 행정역량을 집중하겠다"
강동호 제주도 재난대응과장은 "제주도는 2008년부터 자연재해 인명피해 제로화를 실현하고 있다"며 "올해에도 기상정보를 면밀히 분석해 예비특보 단계부터 철저하고 체계적인 재난대응 활동을 통해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인명피해 우려지역에 대한 반복점검과 보완으로 태풍과 호우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국민행동요령 및 재난 정보를 도민들에게 신속히 알리겠다"며 "유사시 유관기관과 민간단체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 '협업'을 통한 공동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자연재해 상황관리를 5단계로 구분해 단계별 매뉴얼을 수립했다"며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전문가와 상황에 따른 대처방안을 협의하고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는 예방 중심의 방재교육 훈련 및 복구체계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도내 재해 취약지구 542곳 가운데 해안저지대와 하천 범람 지역, 행락지구 등 인명피해 위험지역 176곳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역별 담당 책임공무원을 지정하여 순찰 및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과장은 "재난 발생에 대비 신속한 대응 및 임무 숙지를 위해 방재 교육 훈련을 실시하고, 재해 단계별(예방·대비·대응·복구) 행동요령을 반복 훈련하고 있다"며 "또 신속한 응급복구를 실시하고 피해 조사를 통해 피해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