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위원·부국장

제주사회가 격변하고 있다. 지난 1995년 6월 27일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제주지역에서도 지방자치가 부활했다. 2002년에는 국제자유도시로 탈바꿈했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제주는 다른 지역과는 다른 자치권을 보장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제주특별자치도법 제1조는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민들은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제주도 차원의 자치권을 확대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4개 시·군의 자치권을 폐지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대할 권한까지 내놓았다.
 
제주특별자치도법에서 규정하듯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중앙권한을 제주에 이양해야 한다. 도민들도 외교와 국방 등 국가존립 사무를 제외한 중앙권한이 제주에 단계적으로 이양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중앙권한의 제주 이양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과 여전히 지방을 통제하려는 중앙정부의 벽에 부딪쳐 더디기만 하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부터 지금까지 5차례의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총 3880건의 권한·기준·절차 등이 제주로 이양됐다. 이를 통해 자치권한을 확대하고 조직·인사·재정 등 자치행정 전반에 대한 자율성 또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양되는 권한의 양과 속도는 도민들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5단계 제도개선 과제가 반영된 제주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특별법 개정을 위한 처리기간이 갈수록 늦춰지는 것은 큰 문제다. 제주특별법 제정 이후 처음 이뤄진 2단계 제도개선은 과제가 정부에 제출된 지 11개월만에 이뤄졌다. 그러나 3단계 제도개선 과제는 정부에 제출된 지 15개월, 4단계 제도개선 과제는 정부에 제출된 후 24개월이나 걸렸다. 이번 5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담은 특별법 개정안은 정부에 제출된 이후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무려 28개월이나 걸렸다. 
 
제도개선 내용도 제주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5단계까지 3880건의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영어교육도시 조성, 노비자 입국 확대, 관광 3법 및 119개 법률 이양과 같은 특례도 있었다. 이번 5단계 제도개선에서는 곶자왈 정의와 지원근거가 마련됐다. 낚시어선 스킨스쿠버 다이버 승선 허용, 옛 국도의 국비지원 근거 등 41건의 근거가 신설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보통교부세 법정률제도(3%) 보완이나 제주관광진흥기금 신규재원 발굴, 관광객 전용 면세특구 조성 지원(부가가치세 환급) 등 핵심과제들은 또다시 제외됐다. 제주도가 5단계 제도개선을 추진하며 74건을 요청했으나 정부 논의과정에서 이들 과제는 제외되며 41건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뤄낸 제도개선은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정부가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며 파격적인 자치권 부여를 약속한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약속은 허언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국가의 고유사무, 지역 형평성, 조세체계 혼란 등을 내세우며 행·재정적 뒷받침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특별자치도 지원약속을 지켜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제1조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는 법률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지금처럼 핵심과제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받기 위해 관련부서의 동의를 받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은 요원하다. 더 나아가 제주가 고도의 자치권을 갖도록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은 헌법에 제주특별자치도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동의해줘야 한다. 궁극적으로 제주에 명실상부한 연방국가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함으로써 제주의 발전전략이 곧 국가의 발전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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