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환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한라산은 그 형태로 보아 가마솥 모양과 같다 하여 '부악(釜岳)'이라 하거나 신선이 산다 하여 '선산' 또는 전설 상 삼신산의 하나라 하여 '영주산' 등으로 불린다. 어느 것이든 크고 높은 산으로 감히 인간이 가까이 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한(漢)'은 은하수를 의미하며, '라(拏)'는 붙잡는다는 뜻이므로 산꼭대기에 서면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보다 더 높게 표현된 것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한 사냥꾼이 사슴사냥을 갔는데 백록을 발견하고 활을 당기려다가 실수해 활끝으로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건드렸다. 
 
이에 화가 난 옥황상제가 한라산 꼭대기를 뽑아 멀리 던졌는데 그 뽑힌 자취는 백록담이며, 던져진 것은 지금의 산방산이라 한다. 이렇게 보면 한라산은 옥황상제가 머무는 거처와 같은 높이인 셈이다. 이렇게 높은 곳이니 신선이 살만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신선이 사는 곳이니 기이한 약초가 자란다고 한다. 중국의 사기(史記)에 따르면 삼신산 중 하나인 영주산에는 불사약이 있다 하여 진시황의 신하인 서불이 동남동녀 오백을 거느리고 제주에 도착했다는 전설이 전승되기도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한라산이 영주산이라면 진시황 때부터 신성하다고 알려진 셈이다. 
 
태고의 역사를 품고 있는 심방의 본풀이에서 '할로영주삼신산(漢拏瀛洲三神山)'이라 하는 것으로 보면 한라산 명칭의 시작은 태초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오랜 시절부터 한라산에서 솟아났다는 신들이 있고, 이 신을 모시고 있는 마을들이 여럿 있으니 구좌읍, 표선면, 서귀포, 중문, 안덕, 대정 등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 
 
이렇게 보면 한라산은 곧 제주도를 상징한다. 우리 조상들은 한라산을 마을 본향신의 출생지로 인식했고, 신과의 만남을 이룰 수 있는 장소로 신성하게 여겼다. 기건목사 시절 노인이 70세가 될 때 한라산에 모시고 가서 두면 신선이 돼 하늘에 올라간다고 한다. 이는 고려장으로 알려진 전설인데 신선이 되려면 한라산에 가야 한다는 신성관념의 한 표현이다. 
 
이처럼 신성한 한라산으로 가려면 어디를 통해야 할까. 우리의 조상들은 역사시대의 어느 한 시점에 방선문을 지정해 뒀다. 선녀를 맞이하는 문이라는 이곳은 한라산신을 만나기 위한 입구로 인식한 것이다. 
 
그곳은 봄꽃으로 뒤덮여 아름다운 곳이며, 가끔 선녀가 내려와 물을 떠가기도 하는 천상과 지상의 소통로로 관념하였다. 거대한 암석이 붙어 있다가 들러져 하늘로 향해 틈이 벌어져 있는 형상을 선녀들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통로라고 스토리텔링한 이름이다. 
 
한라산은 이처럼 소중한 산이다. 제주사람의 탄생에서부터 성장, 죽음에 이르기까지 묵묵히 지켜봐 주고 있다. 
 
그러니 후손들이 잘 보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정에서 외부 자본을 유치해 개발은 하지만 한라산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난개발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제주의 백년대계를 위해 당연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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