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포커스] 제주항 선박안전 문제없나

▲ 최근 제주항을 이용하는 국제크루즈선 등 대형선박이 증가하면서 소형어선과의 충돌사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주말 제주외항에 국제크루즈선 2척이 나란히 정박해 있는 모습. 김대생 기자
안전대책 어선 대피·사전 협조 수준 사실상 한계
어민 "조업피해" 반발 불가피…도, "검토 안한다"

제주항을 이용하는 대형어선과 소형 어선간 출동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형어선들의 항계외측 법정 항로 지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조업 피해를 우려한 어민들의 반발이 불가피, 제주항이 개항한 이후 항계(항만의 해상 경계선)외측 법정항로가 지정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제주항 이용 증가·선박 대형화

국제 크루즈선의 제주항 기항횟수는 2010년 49회에서 2012년 80회, 2014년 242회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해 역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에도 300회 이상 기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내년에는 400회 이상 국제크루즈선이 제주항에 입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제크루즈선의 제주입항 증가와 함께 선박도 대형화되고 있다.

2011년까지는 바하마 선적의 레전드호(6만9130t)이 가장 큰 규모였지만, 2012년부터는 10만t에서 14만t에 육박하는 대형 크루즈선이 제주를 찾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16만7000t급의 초대형 크루즈선인 콴텀호가 제주기항을 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지역 건설경기 활성화 등으로 화물선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선박들의 입항도 늘고 있다.

화물선만 하더라도 올해 6월말까지 967회 입항해 전년 동기(627회) 대비 52.4% 증가했다.
 
△법정항로 지정 어민 반발 불가피

이처럼 제주항을 이용하는 선박들이 증가하고 있고 대형화 추세를 보이면서 안전한 입·출항을 보장하고, 충돌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제주항계 외측 법정항로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항질서법'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지사는 제주항계 외측에 크루즈선과 대형선박의 항로를 지정·고시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정·고시된 항로에서는 해양사고 대피 및 인명구조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박을 정박·정류시킬 수 없기 때문에 어민들이 조업이 불가능하다. 

또한 조업손실에 따른 어업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탓에 제주도에서도 섣불리 항계외측 법정항로를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

어민들 역시 오징어 어장 등이 제주항 인근에 형성됐는데 크루즈선을 위한 항로가 지정된다면 어업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대책 강화 절실

항계와 방파제가 인접한 제주외항의 경우는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대책은 행정지도선을 이용해 어선에 대피를 요청하거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전 협조를 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선이 제주항을 나가는 저녁 시간대에는 이미 채낚기 어선들이 집어등을 켜고 조업을 시작한 상황이어서 어민들이 어선 이동을 꺼리면서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어민들은 "사고가 나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어선들이 피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징어가 사철 잡히는 것도 아니고 한철 장사인데 무작정 피할 수 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크루즈선 입항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항계외측 크루즈선 법정항로 지정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크루즈선사와 어민들의 협조체계를 구축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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