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재연…강릉문성고, 전통의 경신고 꺾어
선수·동문·학부모 한마음 '80분의 명승부' 펼쳐

매년 우리나라 고교 축구사(史)를 고쳐 쓰고 있는 백록기전국고교축구대회의 23번째 페이지에 "'강한 심장' 앞에선 열정도 능력이다"는 말이 새겨졌다. 대회 마지막 우승기를 치켜든 강릉문성고만이 아니라 여름을 함께한 32개 팀 모두에게 던지는 헌사다.

역대 챔프 간 자존심 대결은 물론이고 리그 상위권팀들이 저마다 지역의 명예를 건 한 판 승부를 벌인 탓에 26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결승전에 대한 부담은 컸다.

이날 결승전은 특히 학원 축구의 맥(脈)을 상징하는 팀들의 대결로 축구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인 111년 전통의 서울 대성고와 지난 2007년 프로유스팀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고등학교 축구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새로운 전통을 쓰고 강릉문성고는 배경과 팀 색깔 어느 것 하나 겹치지 않는 등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특히 '지난 2008년 맞대결(대구 문체부장관배, 강릉문성고 승)'의 재연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양 팀 모두 전반부터 상대를 압박하며 총공세를 펼친 가운데 강릉문성고의 집중력이 먼저 골을 만들었다.
전반 33분 강릉문성고 7번 박성재가 경신고 진영 왼쪽을 흔들며 골키퍼 시선을 끈 사이 중앙을 지키던 23번 임보위가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먼저 승기를 잡았다.

강릉문성고는 후반 시작 3분 만에 기습적인 패스 연결과 수비 뒷 공간을 활용하는 플레이로 경신고를 압박, 10번 김용환이 추가골을 성공시키는 등 3학년 트리오 3명이 만든 2골로 앞서갔다.

 강릉문성고의 수비가 견고해진 사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려는 경신고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막판까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놓지 않았던 경신고는 후반 추가 시간 2분 종료 직전 회심의 버저비터로 1골을 만회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종료 휘슬은 울렸지만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대신 '치솟은 젊음, 다지는 우정'이라는 대회 캐치프레이즈 아래 선수들을 격려하는 동문.학부모의 목소리는 경기 중보다 커졌고, 선수들 역시 '80분의 명승부'라는 가슴 뛰는 추억을 공유했다.

다음은 입상팀 및 부문별 수상자.

△우승=강릉문성고(강원) △준우승=경신고(서울) △페어플레이팀상=용호고(경기) △최우수선수상=김정연(강릉문성고) △우수선수상=손경현(경신고) △득점상=하재현(용호고) △수비상=배병규(강릉문성고) △GK상=김태훈(강릉문성고) △페어플레이선수상=박준규(경신고) △지도자상=유재영 감독, 김진환·이규선 코치(이상 강릉문성고) △심판상=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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