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 결산

▲ 지난 26일 막을 내린 제23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 경기중 22일 서귀포고와 용호고의 16강전.
역대 챔프 5개팀 등 강호 대거 참가 명승부 펼쳐
5번째 2회 우승팀 나와…'U-17' 기회의 장 제공
메르스로 위축 관광시장 회복 실마리 제공 평가
 
제23회 백록기전국고교축구대회가 명실공히 '학원 축구'의 결정판으로 축구사에 기록됐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타 플레이어도, 가슴을 흔드는 골 세리모니도 없었지만 매 경기 어린 선수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승부는 값졌다. 전폭적인 지원 속에 승승장구하는 프로유스팀에 밀렸던 학원 축구지만 '기회'앞에서 누구보다 빛났다.
 
# 맥, 가능성을 만들다
 
18일 개막해 결승까지 9일간의 열전을 펼친 올해 백록기 대회에는 전국17개 리그(프로축구산하 주니어 2개 리그 제외) 1위 4개 팀과 2위 7개 팀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원년챔프 청주 대성고를 포함해 제주제일고(6회), 서울중경고(7회), 강릉문성고(17회), 한양공고(21회) 등 역대 우승팀 5개 팀과 준우승 팀 4개 팀까지 백록기를 통한 새로운 고교 축구사(史) 작성에 매진했고 결실을 맺었다.
 
올해 대회 우승기를 차지한 강원 강릉문성고는 역대 다섯 번째 '2회 챔프'로 기록됐다. 창단한지 10년이 되지 않은 학교 축구팀의 열정이 만든 결과는 그 상대가 고교축구계에 100년 이상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서울 경신고라는 점에서 부각됐다. 고교 축구의 맥(脈)이 맥으로 이어진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U-17원년 챔프인 경기 용호고의 2년 연속 4강 진출 역시 '노력'과 '훈련'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어게인 1998'의 꿈은 다음 대회로 미뤄졌지만 선수 수급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분투한 지역 연고팀의 선전 역시 돋보였다.

U-17대회는 '기회'의 상징으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제주와의 오랜 인연으로 '제2지역팀'수식어를 얻을 전남 순천고가 '첫 전국대회 우승'이란 성적으로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는가 하면 준우승팀 광동고는 '성적'보다는 축구에 대한 애정으로 지역이 만든 지역 학생팀이라는 점에서 순수 학원 축구의 매력을 살렸다.
 
# '관광', 새 전기를 남기다

백록기의 또 다른 힘은 '지역 특수'에 있다. 23년 역사 속에 연례 행사처럼 치러지던 분위기는 지난해 세월호 충격과 올해 메르스 타격 이후 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위치로 바뀌었다.

이번 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56개 팀(본대회 32개·U-17 24개팀)의 제주 상륙은 메르스 이후 위축된 관광시장에 활력이 됐다. 심지어  메르스로 접근성에 여유가 생기며 학부모·동문 응원단이 대거 입성하는 등 서귀포 숙박시설과 음식점은 물론 제주 렌터카 시장 역시 바쁜 9일을 보냈다.

대회를 전후한 하계 전지훈련은 물론 동계 전지훈련까지 연계효과를 감안할 때 단일 테마 이벤트로 백록기의 위치를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대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비나 안개, 바람 같은 날씨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체 관광'과 '중국 쏠림'에 좌지우지 되는 지역 관광계의 자생력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백록기는 또 민.관이 합심한 '환대'전략을 실험하는 자리이자 지역 꿈나무들이 큰 무대를 향한 꿈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역 축제'의 새 정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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