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부국장대우·교육문화체육부장

지난 26일 제23회 백록기전국고교축구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2009년 제17회 대회 우승팀인 강릉문성고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결승진출 이후 대회 정상을 노렸던 서울의 강호 경신고를 2-1로 물리치고 6년 만에 백록기를 탈환했다. 
 
이 대회에서 강릉 문성고는 4강전에 백록기 원년 챔프인 청주 대성고를 1-0으로 격파한데 이어 8강전에서도 2013년 제21회 백록기 준우승 팀인 대전 유성생명과학고를 2-1로 물리쳤다. 다만 16강전에서 서울의 강호이자 1999년 제7회 백록기 챔프인 중경고와 승부차기 가는 접전 끝에 5-3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향한 고비를 넘겼다. 
 
이런 가운데 도내 고교축구의 자존심인 5개팀은 저조한 성적표를 적어내며 백록기를 마감했다. 
 
지난 1998년 제6회 백록기 우승팀인 제주제일고는 4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전에 진출했지만 이번 대회 준우승팀인 서울 경신고에 일격을 당해 8강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또 산남지역 고교축구의 자존심, 서귀포고도 5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전에 진출해 4강팀인 경기 용호고에 무릎을 꿇었다. 여기에 오현고와 제주중앙고, 대기고는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도내 팀들은 '어게인 1998'을 외치며 16년 무관의 아픔을 씻어내려 했지만 전국 고교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도내 팀은 지난 1998년 제주제일고의 우승 이후 2003년 제11회 대회에서 오현고가 4강에, 2010년 제18회 대회에서 서귀포고가 준우승을, 지난해 서귀포고가 다시 4강에 오르며 제주고교축구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런 고교 팀들은 현저하게 줄어든 팀 인원수에서부터 전국팀 보다 수적 열세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축구는 11명이 하프라인을 가운데 두고 양쪽 골대에 공을 집어넣는 스포츠다. 국가간 A매치(성인대회)를 가질 경우에는 각 포지션별로 선발과 후보 선수 2명씩 해서 11×2=22명에 골키퍼는 특수포지션이라 1명을 더 추가해서 최종 엔트리는 모두 23명으로 정해진 것이 통상 우리가 아는 정예멤버다. 다소 대회마다 근소한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골키퍼 3명, 수비수 8명, 미드필더 9명, 공격수 3명 등 각 포지션별 선수를 정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이런 포지션을 가지고 감독들은 상대의 전술과 전략에 따라 4-4-2, 4-2-3-1, 4-3-3 등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선다. 
 
도내 팀 인원수에서 대기고와 오현고가 각각 18명, 제주중앙고 21명, 서귀포고 29명, 제주제일고 28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전국 팀들이 보통 30명 이상의 엔트리를 적어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대회 예선에서 대기고 선수가 퇴장당하자 부상선수가 다음 경기에 나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도내 고교 팀으로 진학하는 중학교 선수들이 해마다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제주중과 대정중, 제주중앙중 3학년 선수들이 전국 각지의 팀으로 진학, 제주를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백록기 대회에서만 보더라도 충북 운호고에 8명, 전남 순천고에 6명, 경기 청운고에 1명 등 도내선수들이 타 지역으로 축구유학(?)을 떠났다. 
 
궁극적으로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보다 넓은 바다에서 뛰길 원하는 것도 사실이기에 선수와 학부모를 탓할 수만은 없다. 제주가 타 지역 보다 대학진학을 위한 인재풀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러다가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 도내 팀들이 들러리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백록기는 전국 고교축구선수들의 경연장이다. 하지만 지역 팀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대회가 되어서는 그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도내 고교축구팀들의 발전을 위해서 이제라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제주도축구협회와 학교관계자, 학부모, 지도자 등이 참여하는 소통의 길이 열려 '어게인 1998'을 이룰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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