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희 서귀포 관광극장 큐레이터

2006년 어느 봄 날, 우연히 제주도의 한 사립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를 구한다는 전화를 받고 수락을 한 것이 제주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6년 후인 2012년 과감하게 제주도로 이주를 했고 결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던 그 무렵,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서 꿈을 이룰 수 있는 제주로 삶을 옮겼다. 더구나 큐레이터인 나는 현대와 고대가 깃든 제주에서의 삶은 기대와 설렘뿐이었다. 
 
첫번째 난관은 '제주의 언어'였다. 처음 듣는 단어와 독특한 억양의 제주어를 알아듣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뜻을 알기 위해 질문하길 반복했고 언어와 관련된 공부를 위해 도서관 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제주의 삶과 역사를 알게된 중요한 시발이 됐다.
 
또 바람이 많이 불고 울퉁불퉁한 길이 많아 구두나 치마를 입기 힘들었으며, 햇볕이 강한 탓에 도시보다 피부가 더 빨리 상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도 태풍이 오기 전 바다에 나가 하늘 속 구름 색깔이나 변화무쌍한 제주 자연의 모습을 찾아다니는 나를 보면서, 제주 환경에 익숙해져 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신선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다른 제주 이주민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 제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주를 결심했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에 당황한다. 더구나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알아듣기 힘들어 외로움을 쉽게 느낀다.
 
그러나 제주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열심히 즐기다 보면 모든 어려움이 해소된다. 휴일이 되면 산과 바다 풍광을 보러 다녔고 각종 박물관을 관람하고 미술작품을 보러 다니며 특유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왔다.
 
특히 신문기사를 통해 제주의 문화·역사 등의 각종 정보를 습득하는 일은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이를 보며 여행 스케줄을 정하기도 했다. 
 
남들보다 아주 오래 제주를 여행하러 왔다고 생각하면서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즐기며 살자'는 신조로 생활하다보니 부담도 덜하고 만족감은 높아진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찾을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고 이런 삶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삶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제주에 정착하려고 오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도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으로 꿈꾸던 것을 현실에서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고 자신이 살고 싶은 행복의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무조건 배타적으로 보지말고 '제주에 대한 애정'을 품은 사람들도 봐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제주에선 기존의 직업과는 다른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열심히 제주에 정착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행복으로 가는 자신의 삶을 만들기 위해 제주는 플랫폼을 형성하고 우리는 제주의 '자원'으로 맛있는 '레시피'를 다양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제주는 돌멩이 하나, 바람, 나무, 꽃, 구름, 바다 풍경, 오름, 한라산 등 눈길 닿는 모든 것에서 감동을 받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때문에 제주가 가지고 있는 환경에서 큰 위로와 감사함을 느낀다. 
 
청정 제주답게 깨끗한 공기와 푸른 수평선 그리고 녹색 지평선도 함께 볼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하다. 
 
제주는 도시 속에 사는 것 같아도 조금만 차를 타고 가면 멀지 않은 곳에 태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제주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온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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