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선조들의 피서법

▲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인 쇠소깍.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어떤 방법으로 무더위를 쫓았을까. 문헌에 따르면 삼복더위를 피하기 위해 시원한 계곡을 찾아 탁족(濯足)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하늘의 구름을 벗 삼아 시와 풍류를 즐기다 보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선조들의 피서법 따라가 보았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연은 '용이 놀던 연못'이란 뜻으로 제주 시내를 관통하며 흐르는 한천(漢川)과 바닷물이 만나, 예부터 제주의 최고 '뱃놀이' 명소였다. 

제주를 다스리던 목사(牧事)들은 너나없이 용연에 배를 띄우고 풍류를 즐겼다.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가 부임해 제주도내 고을을 순시할 때의 장면을 그린 조선시대 화첩 '탐라순력도'에도 어김없이 용연의 경관이 등장한다. 

협곡의 바위에는 옛사람들이 새긴 탄성 어린 글귀들이 있다. 신선이 노닐었다 해서 '선유담(仙遊潭)', 협곡의 바위가 비췻빛 병풍과 같다고 해서 '취병담(翠屛潭)' 등이다.

한림읍 명월리에 있는 명월대는 조선 후기 이 지방 유학자들과 시인들이 어울려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명월대 옆으로 맑고 고운 시냇물을 끼고 있으며, 수십 그루의 팽나무가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어 한여름 찌는 듯한 더위를 식히기에 좋은 곳이다. 또한 아담한 반달형 돌다리가 놓여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인 쇠소깍은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 하구로 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해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이다. 

깊은 수심과 기괴암석, 맑은 물빛 등을 배경으로 뱃놀이를 즐겼을 옛 선조들을 떠올리면 이만한 운치가 없다.

안덕계곡은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곳으로, 창고천의 일부 구간이다. 특히 추사 김정희 등 많은 학자가 머문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용천수가 풍부하며 1767년(영조 43)에 임관주는 안덕계곡의 비경을 기록한 마애석각을 남겨 놓은 장소이기도 하다. 

원시림이 하늘을 뒤덮어 만든 짙은 그늘과 어울려 신비스러운 분위기까지 자아내는 안덕계곡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깊은 정적마저 감돈다. 김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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