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름 보양식

▲ 고정순 요리사
닭제골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 보양식
고사리육개장 입소문 타며 대표 주자 등극
구수한 자리물회·물외냉국 '시원함'의 상징

푹푹 찌는 여름, 제주가 무더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지난 13일 초복(初伏)과 23일 중복(中伏)을 지난데 이어 다음달 12일 말복(末伏)을 남겨둔 현재, 지친 몸을 회복하고 더위를 이겨낼 '보양식'에 관심이 뜨겁다.
 
문화의 지역색이 희석돼가는 요즘에야 '여름 보양식'하면 으레 삼계탕이나 개장국(보신탕)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제주에는 전통적으로 특별한 보양식 문화가 존재했다.

대표적인 음식이 '닭제골'이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닭제골은 특별히 먹는 날도 음력 6월 스무날로 정해져 있다.
 
봄에 약병아리를 넉달쯤 키워 중닭이 되면 '닭 잡아먹는 날'에 한 집에 두어 마리씩 닭을 잡아 온 식구들이 나눠 먹었다. 백숙이나 죽을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보양식으로는 닭제골을 최고로 쳤다.
 
닭제골은 중탕으로 닭의 진국을 빼내는 요리다.
 
닭의 내장을 모두 꺼낸 후 속에 참기름을 골고루 바르고 마늘을 많이 넣은 후에 마늘 위에 참기름을 약간 떨어뜨린다. 솥에 물을 넣고 빈 뚝배기를 얹어 그 위에 대꼬챙이를 여러개 걸쳐 놓고 닭을 얹는다. 뚜껑을 덮어 중탕하면 빈 뚝배기 속에 닭의 진국이 빠져나온다. 
 
닭고기는 저지방·고단백질 식품으로 다른 육류에 비해 소화 ·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여름철 보양식으로 잘 어울린다. 닭고기는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쇠고기보다 높으며,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또 고사리육개장은 최근 대중의 인기를 끌며 제주 보양식의 대표주자로 등극했다.
 
얼마전 방송된 올리브TV의 요리경연프로그램인 '한식대첩' 4화에서 제주팀이 선보인 요리로, 흑돼지 등갈비를 고아서 청고사리를 제주 전통식으로 으깨 만들었다. 

▲ 왼쪽부터 닭제골, 물외냉국, 고사리육개장.
'백주부'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백종원 셰프가 극찬하는가 하면 앞서 지난달 방송된 tvN '수요미식회' 제주특집에서도 소개되며 "돼지고기와 고사리의 만남이 좋았다. 육개장과 해장국을 섞어 놓은 것 같다" 등 호평을 얻었다.
 
고사리육개장은 '육개장'하면 보통 떠오르는 투명하고 빨간 국물 대신 탁하고 걸쭉한 느낌이 들지만 떠먹는 순간 진한 고사리의 향과 담백한 맛으로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걸쭉한 국물의 비밀은 '메밀'에 있다. 제주도에서 자란 고사리와 삶아진 돼지고기를 잘게 찢어 넣은 후, 돼지고기의 소화흡수를 돕는 메밀가루로 농도를 맞춰 걸쭉하게 끓이는 것이다. 또 쇠고기를 사용하는 일반 육개장과 달리 돼지고기를 삶아 육수를 만든다.
 
닭과 육개장이 '이열치열'로 원기 회복을 돕는 음식이라면 '시원함'의 상징은 냉국과 물회다.

그중에서도 자리물회는 대표적 여름 음식이다. 
 
갓 잡아올린 싱싱한 자리돔을 내장만 제거한 후 뼈째 어슷 썰어 깻잎·상추·오이 등 채소와 함께 버무려 물을 넣어 먹는다. 포항 등에서 선원들의 음식으로 시작돼 고추장을 주로 쓰는 타 지역 물회와 달리 '날된장'을 쓰는 점이 특색이다. 식초나 제피, 산초 등으로 비린내를 잡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자리물회가 완성된다.
 
제주사람들이 여름이면 매일 먹다시피 했던 '냉국'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 음식이다.
 
보양식보다는 거친 잡곡밥을 넘기기 위한 국에 가깝지만 끓이지 않은 날된장을 냉수에 풀어서 채소나 해조류를 조금 썰어 넣으면 되는 간단한 조리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오이와 비슷한 '물외' 냉국은 제주 사람들의 추억이 듬뿍 담겨 있어 현재 고향의 맛으로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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