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제주에서 마침내 산업보건서비스가 시작됐다. 제주근로자건강센터가 지난달 3일 제주시 이도2동 제주상록회관에서 문을 열면서 가능해졌다. 근로자건강센터란 50인 미만의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 건강상담 서비스센터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지원으로 추진되는 근로자건강센터는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업무상 질환 예방 및 건강 보호를 위해 지난 2011년 인천을 비롯한 대규모 산업단지 지역 위주로 개설됐다. 그러다가 올해 제주를 비롯한 5곳에 개설됨에 따라 전국 20곳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센터 역할을 구체적으로 보면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산업보건전문가들이 직업병 예방 등 건강과 직무 스트레스 및 직업환경 상담은 물론 뇌심혈관질환 예방,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 생활습관 개선, 보건교육 등 기초적인 직업건강서비스를 제공한다. 산업보건전문가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를 비롯해 산업위생기사, 직업상담심리사, 간호사, 작업치료사 등으로 직업관련 질환이나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상담과 운동지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통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한 일터'라고 하면 산업 현장의 안전성만 떠올린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며 우선돼야 할 것은 바로 근로자 개인의 건강이다. 산업현장에서 쾌적한 기분으로 자신의 맡은 바 직무에 집중하면서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개인 건강'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사업장마다 보건관리자가 배치되는 대형 사업장과는 달리 보건·안전에 관한 의무규정이 미비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나 자영업자 등에 대해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근로자건강센터는 모든 근로자가 질병을 예방하고, 쾌적한 건강상태를 유지해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겠다.
 
전국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해마다 산업현장에서는 업무상 질병자가 평균 7700여명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 정도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더욱이 소규모 사업장에는 외국인이나 고령 근로자, 부녀자 등 산재 취약계층이 주로 일하며, 시간·경제적 이유로 전문적 건강관리를 받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근로자건강센터는 건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9%, 종사자수는 전체 근로자수의 76%에 이르며 재해율도 전국평균을 웃돌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 건강관리 측면에서 볼 때 근로자가 일하면서 생기는 업무상 질병의 다양한 유해요인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산업보건전문기관은 없었다. 
 
이러한 지역특성을 감안할 때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건강센터가 제주지역에 문을 열게 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향후 제주근로자건강센터는 제주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건설 일용직이나 식당 근로자 등 서비스업 종사자를 위한 건강지킴이 역할을 착실히 수행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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