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제주지역은 인구 비례로 보면 자동차가 가장 많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시시때때로 교통체증이 벌어지곤 한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대도시 못지않은 정체 현상이 빚어진다. 그러다 보니 빨리 가고픈 마음에 과속을 한다던가 위험한 앞지르기를 저지르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전국에서 교통 사고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1990년대 초에만 해도 국제 야영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스카우트 대원들을 이끌고 일본에 다녀오면 대부분의 대원들이 야영대회참가기에  일본에서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내용을 썼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앞차가 조금만 느리게 가도 연속 경적을 울려대는 운전자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의 경적 소리는 많이 줄어들었다. 20년 사이에 교통문화가 그만큼 발전했다고 여겨져 흐믓한 마음이다. 이 참에 우리의 교통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길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의의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아침에 출근하다 보면 편도 2차선에서 우회전 하는 차량 때문에 직진 신호에 차가 멈춰 서 있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직진 신호에서 보행자 신호도 진행으로 바뀌기 때문에 차가 우회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만일 2차선에 정지하는 차가 약간 가운데 쪽으로 선다면, 다른 차선이 직진일 경우, 오른쪽으로 우회전하는 차가 그 옆을 통해 우회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돼도 한 번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5∼6 대의 차량이 더 빠질 수 있다.
 
제주시의 경우 동·서광로나 연삼로, 그리고 연북로의 신호등은 연동 돼 있어 규정 속도로만 달려도 서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으며, 속도를 낸다고 빨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직진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리다 다음 교차로에서 급정거 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본다. 이렇게 되면 연료 소비도 많을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라이닝도 빨리 닳게 되고 매연도 더 발생해 청정 제주를 가꾸는 데에 많은 지장을 주게 된다.
 
또 그런 차량들 때문에 규정 속도로 달리던 차들도 끼어들기를 막기 위해 덩달아 속도를 내게 되니, 비록 얼마 안 되는 양이지만 제주도 전체를 일년으로 계산하면 막대한 양의 연료가 낭비되며 엄청난 양의 매연이 발생하게 된다. 
 
'나 혼자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라는 생각으로 배려한다면 우리 고장은 훨씬 쾌적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규정 속도보다 느리게 운행하는 차량을 추월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나 규정 속도를 지키며 가는 차량들을 지그재그로 추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래 봐야 몇 개의 교차로를 지나서 정지 신호에 멈춰 서 보면 불과 3∼4대 앞에 서 있는 차량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40년도 더 전에 전방에 근무할 때에 표어가 생각난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또 차량이 많지 않은 교차로에서는 분명히 빨간 불이 켜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슬금슬금 나서다가 그냥 가는 차량들도 가끔 보인다. 그렇게 가도 결국 다음 신호등에 걸려 멈출 수 밖에 없는데도 아무 생각 없이 버릇대로 운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모든 법을 다 지키고 살 수는 없다 해도 이왕이면 법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나를 위해 좋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이득도 없는데도 법을 어기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그리고 필자는 적어도 법을 어겼을 경우 벌을 달게 받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범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통 법규를 위반해 적발됐을 경우 재수없게 걸렸다고 여기는 풍조는 하루 빨리 종식 시켜야 한다.
 
도민 모두가 용서와 봉사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한 것인 것과 마찬가지로 배려도 나를 위한 행위임을 깨달아 행복한 제주의 건설에 힘을 합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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