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논설위원

6030.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 서민들의 생사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네자리 숫자의 의미는 너무나 무겁다. 
 
다름이 아니라 6030원은 지난달 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내년도 최저임금이다.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월 126만27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5580원보다 8.1%·450원 오른 금액이다. 이러한 최저임금이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현재 4인 가족의 최저생계비는 166만원이다. 최저임금 혹은 그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가구주는 '초과근무'를 하거나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학자금을 내야하고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서민들은 삶이 버겁다. 최소한의 근로의 대가 최저임금. 하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주 가운데 사법 처리된 사람은 0.12%에 불과하다. 나머지 99.88%의 사업주들은 벌금도 징역도 없었다. 최저임금법 시행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사후에라도 최저임금 미지급분만 지급하면 그만이다. 이건 '솜방망이'도 아니다. 사업주들이 법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반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자살까지 이른 '세모녀 사건' 이후에 여러 가지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고는 하나 갈 길이 멀다.
 
제주도의 고용상황도 어렵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도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8만1000명에 달한다. 근로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다.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대우도 보장받지 못하는 '간접고용 근로자' 등을 감안하면 넓은 의미의 비정규직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 최하위 수준의 임금과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시장에 놓여있는 도민의 삶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780엔, 우리나라 돈 약 7200원이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서 최저임금에 맞춰 시급을 주는 곳은 거의 없다. 
 
도쿄를 비롯한 오사카·나고야 등 수도권은 '법정 780엔'보다 100~400엔 정도 높은 지역별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래서 '실질적'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돈 1만원을 넘는다. 말 그대로 최저임금일 뿐 그 이상으로 시급을 책정하고 주말·휴일수당 등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시 돼 있다.
 
노동의 가치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다. 여타 선진국에서도 '최저임금제'를 그만큼만 주면 되는 최소액이라 인식하지 않고 노동의 가치를 더하기 위한 최하 기준지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고용에 부정적 효과 주장과 관련, 영·미권과 OECD에서는 이미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저소득층의 소비 진작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구상 아래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노동개혁이 국정 핵심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개혁 대상은 명확하다. 고용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국민들이 최저임금만으로도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결코 최고임금이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숫자에 단순한 얼마의 금액이 아니라 대한민국 서민들의 가슴을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을 담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숫자'는 자연스레 커질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가슴이 따뜻한 자본주의에 대한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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