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 부국장대우·경제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다시 나섰다. 일단 최근 발표된 '일자리 20만+ 프로젝트'를 보면 귀가 솔깃해진다. 정부와 기업이 2017년까지 만들어내기로 한 일자리 기회만 총 20만개다. 공공부문 5만3000개, 민간부문 3만5000개 등 정규직 일자리 8만8000개 수준이다. 
 
민간 부문에서 일 경험 기회를 주는 인턴이나 직업훈련 등의 방식으로 창출되는 것이 약 12만5000개나 된다. 전체 21만여개 중 민간 영역의 일자리 기회는 16만개 수준이다. 숫자만 보면 당장이라도 '청년 실업'이란 단어는 물론이고 '고용절벽'이란 신조어까지 사라질 정도지만 솔직히 믿기 어렵다.
 
교원 명예퇴직 규모를 늘려 신규 교원 채용 여력을 확보하고 간병인이나 가족 대신 간호사 중심의 포괄 간호서비스를 확대한다고 한다는 공공부문 계획은 지금 이상의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민간 부문의 청년고용을 장려하기 위해 기업이 지난해보다 청년 정규직을 더 채용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청년고용증대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국 17개 권역별로 설치된 대기업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활용해 청년층이 선호하는 유망직종을 중심으로 직업훈련 인원을 2만 명 정도 늘리고 전문인력 해외 진출 계획도 내놨다.
 
장밋빛으로만 보이는 대책은 뚜껑을 열자마자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전체 일자리 수는 20만개지만 정작 정규직 일자리 창출 목표는 7만 5000여 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일정 기간 '인턴' 지위를 감수하는 것이 전제다. 민간 기업들에게 '고용지원금'은 더 이상 당근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정 때문이다.
 
'청년 연령'의 범위도 확대됐다. 올 9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정지원 대상인 청년 연령의 범위를 15~29세에서 15∼34세로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들의 취업 시기가 늦춰지는 것을 감안한 선택이라지만 결국 새로 취업시장에 뛰어든 청년들 입장에서는 불리하기 이를 때 없는 조건이다. 
 
'실업'은 청년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 중 취업이 가능하지만, 여러 여건상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구직단념자'수가 44만명으로 집계됐다.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데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 147만 명 가운데 청년층 비율만 20.1%나 달한다. 일자리 20만개를 만들어도 이들 구직을 단념하거나 포기한 청년들에게 다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질'에 대한 고려 없는 대책은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제주라고 사정이 나은 것도 없다. 일자리 미스매치로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구직자들은 취업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고용률 71.1%를 찍었지만 내용을 보면 전통의 1차 산업과 더불어 임시직 비중만 늘었다. 올 2분기 제주지역 청년실업률은 8.1%로 지난해 2분기(9.8%)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2년 34.1%이던 전공과 직업간 일치도도 지난해 31.9%로 감소했다.
 
신규 일자리 창출이나 고용절벽 해소 같은 현안 해결은 전혀 새로운 대책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주 이전 기업을 중심으로 맞춤형 인력을 창출하기 위한 트랙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제주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도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와 호남지방통계청 도민 일자리 인식 실태조사도 오는 11월이면 나온다. 
 
정부 정책을 기다리다 보면 일자리야 나오겠지만 늘 그렇듯 몸에 맞지 않는 기성복에 몸을 맞추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전체가 일자리에 목을 매는 상황에 '제주'를 실업의 이유로 삼는 것은 자기최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구직단념과 구직회피는 분명히 다른 말이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면 찾을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을 주고, '일'에 맞추는 법을 익히는 것이 '구직'의 바른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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