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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같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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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11-22 (목) 19:37:19 | 승인 2001-11-22 (목) 19:37:19 | 최종수정 (목)
 여름 내내 발 돋음하며 키 재기하던 들꽃들, 수줍음을 머금은 채 피어나는 가을. 눈앞에 쌓인 일에 매달려 조금의 여유조차 가질 수 없었던 일상에서잠시 생각을 가다듬게 하는 힘을 가진 계절인 것 같다.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게 하는 고향,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어린 고향 같은 곳에서 이 가을의 넉넉함을 누리고 있다. 스물 두 명의 아이들하고 멋진 남자 세 분과 함께 이 계절이 더욱 보람있게 느껴지는 것은, 이른봄부터 우리들이 머리를 맞대어 계획하고 설계하여 만들어 낸 자연생태 교재원인 「들꽃나라」에서 소박한 삶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산골의 작은 분교지만 잘 다듬어진 잔디운동장과 멋스럽게 자라는 나무들, 아이들 수만큼인 컴퓨터, 다양한 학습자료들로 복식학급의 문제를 극복함은 물론 소인수 학급의 좋은 점을 살린 여러 가지 학습활동으로 아이들은 나날이 커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가슴과 손끝으로 학습할 수 있는 체험학습의 장으로 들꽃나라를 조성하며 많은 경험을 하였다. 씨를 뿌리고 새싹을 손꼽아 기다리다 싹이 나왔다고 팔짝팔짝 뛰는 아이들, 옥수수를 따며 지르던 기쁨의 함성, 책가방을 멘 채 교재원을 둘러보고서야 교실로 들어서는 아이들, 손가락 보다 큰 애벌레를 귀엽다고 손에 넣고 살펴보는 아이들. 수줍게 꽃 피우는 강인한 들꽃들과 갖가지 채소들의 푸르름을 보며, 보아줄 이 없어도 제 몫의 일에 충실하는 자연의 신비에서 큰 배움을 얻고 있다.

 아름다운 종소리로 하루를 열고 풍금소리가 교정 가득 울리는 우리 학교.

 작은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고향 지킴이 인 어린이들.

 큰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생각으로 도시학교에 다니는 이웃아이를 보면서도 흔들림 없이 학교를 사랑하는 아이들이다.

 원하지 않아도 경쟁의 긴 터널 속으로 내보내야할 아이들. 초등학교 시절만큼이라도 자연에서 맘껏 뛰놀고 경험하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보는 일은 인격 형성이나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작은 씨앗 하나가 튼실한 열매를 맺고, 척박한 땅에서도 꽃을 피우는 들꽃에서 겸손과 강한 의지를 배우는 선인아이들은 어떤 어려움도 슬기롭게 넘기리라.

 "아이들 교육을 위해 좋은 학원에, 좋은 프로그램을 찾으려 애쓰는 부모님에게 오히려 작은 학교에 보내보라고 권해야겠다. 유명한 박사가 몇 년에 걸쳐 개발한 프로그램을 좇아가는 교육이 아닌, 정말 살아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라는 어느 잡지사 기자의 우리 학교 방문기를 떠올리게 한다. 기계처럼 꽉 짜여진 틀 속에서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맞추는 도시아이들의 정서와는 사뭇 다르다. 자연의 체험을 통해 산지식을 실천하고, 들꽃 사랑으로 소박한 정서를 키우는 우리 어린이들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다.

 여름날에 예민하게 세우던 잎이 가을 햇살에는 부드러운 고갯짓으로 바람을 목마 태우는 억새처럼, 우리 아이들도 당당함과 너그러움을 함께 지닌 따뜻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척박한 땅에서도 고운 빛으로 꽃 피우는 들꽃처럼.<고난향·함덕교 선인분교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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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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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2007-06-30 02: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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