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판결로 변론 불필요" vs "고발사건 등으로 변호인 만나야 했다"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한 죄로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 중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최근 교도소 행적을 놓고 편법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 재소자의 변론 준비에 사용돼야 할 변호사 면회 공간을 개인 휴게실처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집사 변호사'를 수시로 불렀다. 변호인 접견에 시간제한이 없는 점을 활용해 감방에서 빠져나와 면회 공간에서 장시간 보낸 것이다.  
 
최 회장이 몇 안 되는 교도소 접견실 가운데 1곳을 전세 낸 듯 쓰면서 변호인 도움이 절실한 일반 재소자에게 실질적 피해뿐 아니라 위화감마저 줬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때문에 편법 내지는 특혜 시비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광복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며 모범적인 수감 생활을 했다는 재계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졌다.  
 
최 회장은 작년 2월 말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2013년 1월 말 1심 판결에서 법정구속된 이후 2년6개월을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지냈다. 형기의 64%가량을 보낸 상태다.
 
서울구치소에서 의정부교도소로 옮겨 온 것은 작년 5월이다. 확정 판결을 받은 기결수 신분으로 이감됐다. 기결수는 원칙적으로 변호사 접견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 교도소에는 같은 층에 변호인 접견실이 7개 있다. 가운데에 복도가 있고 좌우에 각각 3개, 4개가 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최 회장은 7개 접견실 중 한 곳을 독점하듯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입구에서 봤을 때 오른편 제일 안쪽 방이 문제의 접견실이다. 가장 깊숙한 곳에 있어 눈에 덜 띈다. 
 
그러나 출입문이 투명 유리여서 접견실에 누가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등을 엿볼 수는 있다. 
 
최 회장은 이 방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크게 숙이고 인사하면서 들어서는 변호인을 맞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접견실에서는 사건 기록을 들추며 설명하는 변호사와 귀담아듣는 재소자의 모습이 일반적인 광경이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최 회장이 변호사와 환담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 문건으로 여겨지는 A4 용지를 변호사로부터 건네받아 훑어 보기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최 회장의 변호사 접견 시간도 일반 재소자와 달리 매우 길었다.
 
한 목격자는 "최 회장의 접견실 바로 옆 접견실에서는 7∼8명의 재소자가 변호사와 차례로 이야기하고 돌아가는데도 최 회장은 계속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이 목격자는 "한 방에서 재소자 7∼8명이 변호사들과 접견하면 최소 2∼3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최 회장 혼자 최소 2시간 이상 접견실을 사용했다는 방증이다.
 
기결수인 최 회장은 자신이 직접 관여한 사건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접견실을 장시간 사용한 탓에 일반 재소자에게 불편을 준 셈이다.
 
이런 행태가 불법은 아니지만, 법이 보장하는 혜택을 최대한 누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생계형 범죄자를 자주 접견하는 한 변호사는 "같은 교도소에서 법정을 오가는 재소자들은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불법이 아닌 편법이라도 사회적 비난 가능성은 높다"고 비판했다. 
 
SK그룹은 정당한 변호인 접견이었을 뿐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확정된 사건 외에도 법인과 함께 고발된 사건이 있기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며 "진행되는 사건이 없으면 변호인 접견을 신청조차 못 하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른 횡령사건 재판에도 최 회장이 관련돼 있어 법률 조력을 받아야 한다. 기업의 횡령 자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최 회장이 고발한 사건이다"며 "특정한 접견실을 독차지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접견을 신청한 대로 방을 배정받아 사용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최 회장의 변호인 접견과 관련해서 특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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