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신 제주지방기상청장

여름철 장마는 지나가고 이제는 폭염과의 전쟁이다. 이글거리는 폭염과 불면의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어 많은 도민들은 올 여름이 최악이고, 견디기가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제주지방의 폭염(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일수를 조사한 결과 제주지방 기상관측소 중심의 관측시기인 1973년 이후 여름철 평균 폭염일수는 제주시 6일·서귀포시 2.3일로 최초 10년(73~82년)과 최근 10년(05년~14년)을 비교해 보면, 제주시 4.7일, 서귀포시 2.9일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달 13일 제주시 낮 최고기온이 33.0도를 기록했으며, 23일에는 34.1도를 기록하면서 첫 폭염주의보가 발표됐다. 29일에는 제주시 낮 최고기온이 36.7도를 기록하면서 1998년 8월15일 37.4도 이후 17년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등 한달 가까이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제주지방의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일수를 분석한 결과 1973년 이후 여름철 평균 열대야 일수는 제주시 21.7일, 서귀포시 25.0일로 최초 10년(73~82년)과 최근 10년(05년~14년)을 비교해 보면 제주시 18.7일, 서귀포시 12.7일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달 22일 제주시에서 처음 열대야가 발생한 이후 8월9일까지 제주시 15일, 서귀포시 13일째 열대야가 발생했으며  당분간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의 여름을 슬기롭게 이겨내려면 개인은 야외활동을 자제하면서 물을 자주 마셔야 하고, 부득이 야외활동을 할 경우에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부채를 이용하면서 몸을 식혀줘야 한다.

만약 현기증이나 메스꺼움, 두통 등 열사병 초기증세가 보일 경우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심한 경우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찰 후 조치를 취하는 등 개인 건강을 철저히 해 건강한 여름나기를 해야 할 것이다.

또 입맛도 없고 자꾸 늘어지기만 하는 여름에는 균형 있는 영양섭취와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로부터 제주도민은 매년 음력 6월20일(올해 양력 8월4일)에 여름철 보양식인 닭을 잡아 먹는 날로 정하고 몸보신하고 있다.

복날에도 이열치열로 닭을 푹 삶아 먹고 있는데, 닭에는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몸에 흡수가 잘돼 체력보강이 도움이 된다.

최근 방송으로 인해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는 고사리육개장은 걸쭉한 느낌이 들지만, 진한 고사리의 향과 돼지고기의 소화흡수를 돕는 메밀의 절묘한 조합이 일품이다.

여름철 별미인 각종 물회(자리물회, 한치물회 등)도 제주도민의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고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 좋은 음식이다.

다가오는 말복은 물론 막바지 여름철까지 폭염과 열대야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에어컨에만 의지하지 말고, 더위 자체를 즐기겠다는 여유로운 마음과 몸에 좋은 보양식을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 등 소중한 사람과 함께 먹으면서 보내는 것이 현명한 일이고 삶의 지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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