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요즘 연일 노동개혁이라는 일반국민에겐 다소 생소한 단어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그중에서도 청년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청년일자리 등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정부의 정책방향과 성과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정부는 청년실업률과 관련한 정책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약 3/4이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고, 청년일자리 창출 또한 서비스업의 활성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런데 지난 5월까지 30여만 개 일자리가 늘어났고, 10%를 넘었던 청년실업률도 9.4%대로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6~7월 들어 갑자기 20만~3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이는 메르스 사태로 인한 충격파가 산업전반, 그중에서도 서비스업을 강타해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메르스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급격하게 한국의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버렸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는 아직 국민들이 노동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정부가 일자리정책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는 느낌도 든다. 현재 한국사회 근로자들의 과반수가 비정규직이고 평균근속년수가 5.6년이다. 정년까지 가는 노동자비중은 10%고 실제정년나이가 49세인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을 경직됐다고 표현한다. 장시간 근로 해소와 양질의 정규직일자리가 아니라 임금피크제에서 청년실업해법을 찾는 진단과 처방은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노동개혁이 이루어지려면 기업 오너 또는 최고 경영자들이 먼저 연봉을 줄여 채용을 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경영계는 비용 측면에서만 접근하려하지 말고 먼저 솔선하는 자세로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제적 자세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 재벌 대기업은 711조라는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다. 정년연장으로 늘어난다는 인건비 115조의 6배가 넘는 돈이다. 노동시장 정책의 해법은 재벌그룹의 솔선수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배에 가까운 돈을 쌓아놓고도 청년 채용과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에 사용하지 않는 대기업에 고통분담을 요구하는게 정부정책으로 합당하다 할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경제 혁신을 통한 우리 사회의 재도약을 원한다면 최근 롯데그룹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후진적인 재벌 지배구조, 불공정 원하청 거래 등 재벌개혁과 함께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노사 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사자치가 원칙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지,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해고와 사측일방의 인사조치가 가능한, 그래서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는 질 낮은 일자리가 아니다. 해고를 쉽게 만들면 채용도 어려워지고 만다. 35년의 노동운동 경력에서 얻은 경험을 제안한다면 고임금에 가까운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경영계는 고용을 늘리겠다는 의지와 정부의 가교에 의해 노·사 모두가 같이 나눔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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