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리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논설위원

막바지 휴가철이다. 남은 휴가로 일부 사람들은 가족들과의 짧은 쉼과 밀린 집안일 처리를 휴가로 계획했다. 몸은 무더위로 지쳤지만 여름 환경은 일상적인 위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의 초점은 '집안 일'과 '가사노동' 에 관해서이다.

사전은 '집안 일'을 '가사노동'이라 명명하고, 그 내용은'의식주와 관련된 일'이라 정의하고 있다.

가정의 의식주는 과거 여성들에게 전담노동역할로 규정한 채, 여성들이 다른 직업 세계에는 이목을 집중할 수 없게 하는 통제된 성별분리 시대가 있어 왔다. 그래서 '가사노동'은 곧 '여성의 일'이라는 과거의 고정관념이 만연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의 두드러진 사회 진출과 함께 가사노동은 '사람의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됨으로서 모든 노동이 여성의 권익 뿐만 아니라, 보편적 인권 증진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가사노동은 의식주를 책임지는 기초 생계이자, 노동을 배우는 노동입문과 같은 공공적 가치가 있다.

가사노동은 가정 안팎에서 수행되는 일로 시장보기와 요리, 세탁과 청소 외에도 아이와 노인 돌보기, 환자가 있는 경우는 환자 돌보기도 함께 한다.

집안 대소사와 동네 일 함께 하기, 가정경제를 위한 중기저축과 각종 세금에 공과금 처리 등 은행 업무, 아이들 교육과 관련한 진로 처리 등 중장기적 비전을 요하는 많은 업무가 정기적이고 일상적으로 배치되는 특징이 있으며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수행할 수 있는 복잡한 일이다.

가사노동은 국가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가계' '기업' '정부'의 3대 흐름 중 하나이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가계(가정)의 책임은 아직도 사적인 영역으로만 치부되는 불균형이 크게 존재한다.

즉 정부와 기업 운영에는 국민의 혈세를 대규모 예산으로 뒷받침해 공공적으로 지원하지만, 여전히 가정은 '일과 가정 양립' 제도로만 지지하는 한계적 제도에 봉착해 있다. 가사노동을 공공의 사회성으로 인정 못하는 사적 책임의 의도적 방임이 있다고 본다. 그 근거는 거대 가계 채무이다.

가사노동은 정착하기 시작한 인간의 가장 오래된 노동이지만 자본주의 다른 사회적 노동과 달리 취급되는 사적 노동으로 간주돼 직접적인 임금 보상은 물론 공공적 가치로 인정되지 않는 유일한 노동이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은 전담 주부를 무보수 노동자 혹은 '노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전업주부를 사회적으로 고립되게 만들면서, 취업주부에 역시 일과 가정 양립이라는 2중의 고통을 안기는 또 다른 감옥이 되는 등 고립적 영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도가 의문스럽다.

현재 사회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정책결정 사람들이 가사노동은 전무했기에 생긴 현상이며 앞으로도 그 가치를 사회배분으로 제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문은 지나친 생각일까.

최근 집 밥 선생과 잘나가는 남성 요리사들의 선전으로 '요리는 남성도 즐거운 일'이라는 공감이 긍정적이지만, 치우고 설거지하는 요리 관련 가사노동의 일부를 대하는 측면에서 아쉬움도 크다.

어릴 적부터 가사노동의 중요성과 그 분담을 교육 교과과정으로 배우고, 실제 집안에서도 아버지부터 달라지는 공평한 가사분담이 현재의 가사노동의 분담을 가치화하고 극복될 수 있는 해결점인 것 같다.

만일 이 마저도 싫다면, 이 참에 가사노동을 유료임금화로 현실화하는 것은 어떤지 제안한다. 실효없는 별별 일자리 개발말고, 가사노동의 공공가치를 인정하는 직업으로 전국의 가사노동 일자리를 만드는게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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