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섭 할아버지 이산가족 상봉 '희망'
제주도 544명…양측 합의 일제히 환영

▲ 한국전쟁 당시 1·4후퇴로 초도로 피난하면서 고향의 가족들과 헤어지게 된 고진섭 할아버지(사진 가운데)가 이번 남북 고위 당국자간 이산가족 상봉 재개 추진 소식에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 김봉철 기자
"추석이 다가오는데 이번에는 만날 수 있을지…. 그래도 한줄기 희망이 생겨 요즘 잠을 못 이룰 정도입니다"
 
6·25한국전쟁의 틈바구니에 휘말려 부모님과 동생 셋을 두고 내려온지 벌써 60여년. 열일곱 소년이었던 고진섭 할아버지(83)는 이제 팔순을 훌쩍 넘긴 노인이 됐지만 남겨진 동생들 생각이 날 때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고진섭 할아버지의 고향은 황해도 송화군 상리면으로, 전쟁 발발후 1·4후퇴때 "1주일만 갔다오면 된다"는 말에 가까운 섬이었던 초도로 숙부·누나와 함께 피난갔다가 그 후로 영영 가족들과 떨어져야 했다.
 
제주에 자리잡기 전 목포에서 대전으로, 또 진도·부산 등지로 떠돌아다니며 근근한 살림을 꾸려오면서 품은 단 하나의 소망은 '가족들과의 재회'. 이를 위해 수차례 두드렸던 문이 올해는 드디어 열린다는 생각에 고 할아버지는 웃음지으면서도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진섭 할아버지와 같은 처지에 놓인 도내 이산가족 숫자는 500명을 넘는다. 이들은 남북이 25일 판문점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합의하면서 일제히 환영의 뜻을 전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남북이 올해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정례화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남북은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을 다음달 초에 갖기로 했다.
 
시기는 올해 추석, 장소는 금강산이 유력한 상태지만 지금까지 큰 틀에서의 합의 후에도 무산된 경우가 종종 있었온 점에 비춰 성사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월31일 현재 제주 지역 이산가족수는 모두 544명으로, 이중 절반 가량이 80대 이상이다. 앞으로 상봉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도내 이산가족들은 이번 합의가 실제 이행으로 반드시 이어지도록 남북 공동의 노력과 함께 평화체제 구축, 상봉 정례화 등의 요구도 함께 제기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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