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진출은 동료들이 해냈지만 16강은 내가 이끈다”

이란과의 막판경쟁에서 이겨 본선직행 티켓을 획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나와프 알 테미아트(25·알 힐랄)는 ‘중원의 조율사’라 불린다. 아시아 지역 다른 국가와는 달리 개인기 위주의 남미식 축구를 구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에서 공격의 출발점은 사실상 그의 발끝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테미아트는 스피드를 이용한 2선 침투 능력이 뛰어난 데다, 자로 잰 듯한 날카로운 패스가 일품이다. 게다가 슈팅력도 포워드 못지 않아 4-4-2 시스템을 즐겨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앞선 투톱이 수비진에게 몰리는 듯하면 곧바로 폭발적인 슛이 불을 뿜어 상대편으로서는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요주의 인물이다.

테미아트는 이같은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2000년 아시안클럽컵에서 소속팀 알 힐랄을 정상에 올려놓은 동시에 최우수 선수 영예를 안았다. 또 같은해 ‘올해의 사우디 선수’와 ‘올해의 아랍 선수’에 잇따라 오른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축구의 밤에서 ‘올해의 아시아 선수’로 뽑혀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올 4월 국내 경기에 출장했다 오른쪽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은 테미아트는 결국 최종예선에는 나서지 못한 채 동료들이 사우디를 본선으로 올려놓는 모습을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내년 본선무대에서 화려한 복귀 신고를 하는 동시에 아시아 최고를 벗어나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는 이유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