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는 94년 미국, 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이어 내년 대회까지 3회 연속 본선무대에 오른 아시아의 대표적인 축구강국이다. 특히 94년에는 벨기에와 모로코를 잇따라 꺾고 16강에 올라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21일 발표된 11월 FIFA랭킹에서도 한국(43위), 일본(35위)보다 앞선 30위에 올라 있다.

사우디는 이번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천신만고 끝에 본선 직행티켓을 거머쥐었다. 1차예선 10조에서 30득점에 무실점으로 사뿐히 최종관문에 올랐지만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종료 7분 전 겨우 1-1 동점을 만든 데 이어 일주일 뒤에는 이란에 2-0으로 완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1차예선서 11골을 몰아친 골잡이 탈랄 알메샬의 부상과 200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로 뽑힌 플레이메이커 나와프 알 테미아트의 무릎수술에 따른 공백이 컸다. 결국 98년 월드컵서 유고를 10위로 이끈 슬로보단 산트라치 감독을 전격 해임한 뒤 바레인을 4-0으로 완파했으나 다시 일주일 뒤 이란과 2-2로 비기면서 본선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10월 5일 이라크전에서 베테랑 수문장 모하메드 알다예야가 눈부신 선방을 펼치며 2-1로 신승한 뒤 맞은 지난달 21일 태국과의 최종전. 태국에 이기더라도 이란이 바레인을 꺾는다면 플레이오프로 밀려나게 되는 상황이었다.

태국을 4-1로 격파하는 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속국이나 다름없는 섬나라 바레인이 이란을 3-1로 꺾어 기적같은 역전극을 펼치며 본선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2위로 밀려난 이란은 결국 아일랜드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탈락,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찍부터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온 사우디아라비아는 93년 네덜란드 출신 레오 벤하커 감독에 이어 호르헤 솔라리(아르헨티나)·오토 피스터(독일)·카를로스 알베르토 파레이라(브라질)·슬로보단 산트라치(유고) 등 유명 감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거쳐갔다. 이들은 4-4-2 시스템을 도입, 선수들의 개인기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지난 7월 아시아슈퍼컵대회를 통해 우리 축구 팬들에게도 낯익은 알 샤밥과 알 타에·알 알리·알 힐랄·알 나세르 등의 클럽이 오늘의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를 만든 토대다. 특히 왕실은 ‘우수 선수는 외국 클럽에 진출할 수 없다’는 조항을 만들 정도로 국내 클럽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의 주축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한 2000년 ‘올해의 축구선수’ 나와프 알 테미아트(알 힐랄)와 탈랄 알 메샬(알 알리)·오비에드 알 도사리(알 웨다) 등이다.

아시아 국가 중 FIFA랭킹에서 가장 앞서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본선무대에서 94년 미국 월드컵에서의 ‘모래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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