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모집 후 '도주' 지시해 1400만원 가로채
계약서에 강제조항 포함해 소개료 환수 피해

▲ 인력난에 허덕이는 영세 어민들을 상대로 승선 의사가 없는 선원들을 소개한 직업소개서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근로계약서 등 증거물. 고경호 기자
인력난에 허덕이는 영세 어민들을 두 번 울린 '악덕' 직업소개소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지방경찰청은 '힘들면 도주하라'고 교육시킨 선원들을 도내 선주들에게 무허가로 소개하고, 근로계약서에 불법 강제조항을 포함시킨 혐의(사기·선원법 위반·근로기준법 위반)로 경기도 소재 직업소개소 대표 변모씨(63)를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변씨는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한림선적 A호 선주 김모씨(58)에게 '일단 제주도에 갔다가 힘들면 도주하라'고 지시한 선원 11명을 소개해 비용 14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변씨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계약서에 강제조항을 포함할 수 없음에도 선원 도주에 따른 소개비용 환수를 피하기 위해 선원들에게 '계약을 중도에 파기할 경우 경비를 포함한 소개료 일체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근로계약약정서를 작성토록 해 어선 161척에 360명의 선원을 소개하면서 모두 3억9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변씨는 무허가로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제주시 한림·추자선적 어선 27척에 선원 42명을 소개해 4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변씨는 인터넷 구인 사이트와 신문 광고 등을 통해 국내 선원들을 모집했으며, 선원 1명당 120~130만원을 받아 소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김씨는 "소개받은 선원 중 4명은 일주일 만에 하선하고 나머지는 아예 단 한 번도 배에 오른 적이 없다. 도주할 때마다 변씨는 문제를 선주 탓으로 돌리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하지만 국내 선원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알면서도 변씨에게 선원을 소개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구인난을 겪고 있는 영세 어민들의 약점을 노렸으며, 선원법을 적용받지 않는 20t 미만의 소형 어선에 집중적으로 선원들을 소개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러왔다"며 "특히 선원들과 불법 약정을 체결해 강제 근로를 종용하는 등 인권을 유린한 점도 수사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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