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 차장

임금피크제(salary peak)는 일정 연령에 이른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그 대가로 정년이나 그 이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일자리 나누기(워크셰어링·work sharing)의 한 가지 유형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공무원과 일반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01년부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2003년 7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이 처음이다.

임금피크제의 유형을 보면 현재의 정년을 보장하되 정년 이전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정년보장형, 현재의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정년 이전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정년연장형, 정년퇴직자를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되 정년 이전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고용연장형이 있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 50대 이상 계층의 실업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고, 기업 측에서도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한 직종에서 평생을 보낸 경력자들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린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일률적인 임금피크제 적용은 임금 수준을 낮추는 편법으로 이용될 수 있고, 공기업에서는 노령자 구제 수단의 일환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대국민담화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지목하면서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입을 미루는 기관은 임금까지 깎는 초강수를 두자 지난달 28일 현재 316개 공공기관 중 65곳(20.6%)에서 도입을 완료했다. 하지만 야당이나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정리해고, 임금삭감의 수단으로 이용돼 중년·고령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을 양산시킬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분명한 것은 정부나 여당의 주장처럼 임금피크제가 청년 일자리 창출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의무화되니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식의 노동개혁은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청년고용 할당제, 노동시간 단축,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 구조개혁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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