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 논설위원실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사가 항공교통을 독점하던 시절 제주도민들은 지속적인 요금 인상과 성수기때마다 반복되는 좌석난으로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이 때문에 도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관광객 유치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제주도는 아예 항공사 설립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2004년 9월 애경그룹을 항공사업 파트너로 선정한 뒤 이듬해 1월 애경그룹과 공동 출자한 민관 합작법인 형태의 ㈜제주항공이 드디어 설립됐다.

2006년 6월 제주-김포 노선을 시작으로 운항에 들어간 제주항공은 2010년까지 매년 100억원 이상 결손을 보다 2011년 168억원 흑자로 돌아선 이후 올해 들어 누적 결손(977억원)을 완전히 해소, 명실상부한 흑자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올 상반기 2868억원의 매출과 307억원의 영업이익 그리고 32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 지난 1분기까지 남아 있던 86억원의 누적 결손을 모두 해소, 상반기 기준 26억원의 이익 잉여를 실현했다고 공시했다.

이와 함께 제주항공은 지난 7월말 현재 제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262명의 직원 가운데 83%인 218명을 도민으로 채용,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또 항공기 등록에 따른 재산세와 지방소득세 등 연간 4억여원의 지방세를 제주도에 납부, 지방세수 확충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민의 기업이나 다름없는 제주항공은 그러나 최근 상호 변경 추진과 각종 수수료 유료화로 도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9월 중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제주항공'이라는 상호를 '㈜AK제주항공'으로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는 제주항공이 애경그룹 주력 계열사임을 인식시키고 '사랑과 존경'이라는 그룹의 경영이념을 담아내기 위한 일환"이라는 제주항공은 "상호가 바뀌더라도 '제주항공'이라는 브랜드명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항공은 "법인명 '㈜AK제주항공'은 주식시장, 공식문서, 국토교통부 운송약관 등에 사용되고 브랜드명 '제주항공'은 항공기 내외부, 공항 카운터, 항공기 탑승권, 홈페이지 등에는 현재와 동일하게 '제주항공'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기업이 상호를 바꾸는 것은 당연히 그의 자유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 애당초 제주도와 도민들의 '간택'이 없었다면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설립하는데 참여하지조차 못했을 것이다. 또 '제주'라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브랜드가 상호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제주항공이 이처럼 빠른 경영정상화를 이뤄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제주항공이 이제와서 애경그룹의 영문 이니셜을 제주항공 앞에 표기하겠다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비정하고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처사다. 이는 또 제주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제주항공을 제주도의 기업이라고 여겨온 제주도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히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항공은 사전 좌석 구매, 사전 기내식 주문, 옆좌석 구매, 우선 수하물 서비스, 현장 발권서비스 등 각종 부가서비스 유료화를 시행중인데 이어 이달 1일부터는 콜센터 이용 수수료를 신설하는 등 너무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한 상황이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누적 적자를 모두 해소하고 코스피 상장까지 이룸으로써 제2의 도약을 꾀하려던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상호 변경에 따른 반발이 엄청 커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탄생 배경을 되돌아보면 도민들의 이같은 반응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상호 변경이나 잇따른 수수료 유료화가 도민은 물론 다른 지방 고객들의 이탈을 가져와 득보다 실이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제주도의 긍정적 검토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이 꼭 상호를 변경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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