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진 제주지방경찰청 여성보호계장

경찰은 올해를 '피해자보호 원년의 해'로 선포했다.

제주경찰은 지난해 4월부터 또 하나의 의미있는 시책을 펴고 있다. 범죄피해자뿐만이 아니라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주민에 대해서도 미리 범죄환경을 차단해 피해발생을 막으려는 시책인 '사전약방(事前藥方)'이 바로 그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때늦은 회한(悔恨)을 만들지 않기 위한 선제적 대책이다.

대상자의 신체·정신적 장애, 열악한 경제상황·가정환경 등으로 인해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피해가 반복 재현될 우려가 농후한 가정에 대해 경찰을 비롯한 행정기관·시민단체 등 17개 기관·단체가 협력해 미리 이를 파악하고 종합진단한 후 필요한 경제적·정서적·법률적 지원을 하는 시책이다.

이 제도는 현재 제주경찰청에서만 운영 중이다. 제주지역은 예로부터 이웃과의 강한 연대감이 형성돼 이웃집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특성 때문에 가능했다.

경찰관이 알게 되거나 또는 시민단체에서 대상가정을 알려온 경우 직접 현장방문해 실태를 파악하고, 팀을 소집, 상담·방범시설 설치·주거환경개선 등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게 된다. 이후 모니터링을 통해 범죄피해 여부를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제도시행 후 현재까지 29개소의 가정을 지원했고, 처방 후 범죄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이 시책에 대해 경찰청은 물론 여성가족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또 지역의 여러 기관·단체가 높은 관심을 보이며 적극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어 경찰에서는 질적·양적확대를 위한 협력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도 경찰은 아동·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안전하고 행복한 제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활발히 추진해나갈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신 도민은 언제든지 경찰을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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