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신서유기 등 지상파·케이블 앞다퉈

웹콘텐츠스마트폰을 쥔 사람들은 이제 TV 앞에 머무르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중심축이 된 지 오래됐음에도, 그동안 방송사들은 좀처럼 TV 품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국내에서 웹드라마로 칭하는 웹시리즈 제작에 탄력이 붙은 것과 동시에 예능으로 분류되는 웹콘텐츠들도 지상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TV에서 먼저 방송된 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던 사람들이 다수였다면, 이제는 웹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웹콘텐츠 전성시대가 열렸다.  
 
◇ 인터넷·방송 벽 허문 '마리텔'…더 과감한 '신서유기'
 
4일 온라인을 달군 '신서유기'는 스타 예능 PD 나영석이 처음으로 도전한 웹 전용 콘텐츠다.  
 
네이버 TV캐스트에서 이날 처음 공개된 '신서유기' 1~5회는 이승기 등 출연자들의 거침없는 발언, 상품 브랜드의 자유로운 노출 등 "인터넷 방송에 어울리는 재기발랄함"(나영석)을 과시했다.  
 
과감한 콘텐츠에 호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라거나 "이런 리얼한 예능이 좋다"라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요즘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기업 CJ E&M이 스타 제작진과 톱 연예인들을 기용해 만든 콘텐츠를 TV가 아닌 인터넷과 모바일에만 띄우는 실험을 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CJ E&M의 김지영 홍보팀장은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TV라는 매체만 바라보고 사업하기에는 어려운 시대가 왔고 새로운 플랫폼의 새로운 시청자들을 잡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면서 "흥행 보증 수표인 나영석 카드이기에 한 번쯤 시도해 볼 만 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나 PD는 앞서 1일 제작발표회에서 "어쩌다 보니"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말했지만, '신서유기' 탄생을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의 성공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해 4월 정규 방송을 시작한 '마리텔'은 1인 인터넷 방송 대결 프로그램이다.
 
다섯 명의 1인 진행자가 매주 한 차례씩 다음팟에서 요리, 종이접기, 마술 등을 주제로 개인 방송을 진행하면서 누리꾼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다음팟 방송이 본방송이라면, 편집을 거쳐 토요일 밤 전파를 타는 MBC 방송이 재방송인 셈이다.  
 
'마리텔'은 한때 가장 인기 있는 개인방송 접속자가 12만 명에 이르고, 오프라인 전국 시청률도 10%(6월 20일 방송·닐슨코리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고급진 레시피'를 진행했던 요리연구가 백종원 하차 이후 '마리텔' 시청률과 화제성은 예전만 못하다.  
 
그러나 권위적인 지상파가 '마이너'로 치부됐던 인터넷 방송을 끌어들여 인터넷과 방송 경계를 성공적으로 허물었다는 점만으로도 '마리텔'은 충분히 인정받는다.
 
 
SBS도 스타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18초 길이의 모바일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로 대결하는 '18초'를 지난달 파일럿(시범제작) 프로로 선보였다.
 
패션 프로 '어 스타일 포 유'를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했다가 '마리텔 따라하기'라는 비판을 들었던 KBS는 '미래스타스쿨 예띠TV'를 지난달 내놓았다.
 
이 프로에서는 인터넷 1인 방송 스타인 양띵(본명 양지영)과 악어(본명 진동민)가 인터넷 인기 영상을 소개한다.  
 
◇ 웹시리즈 '홍수'…대형 연예기획사에 MBC까지
 
웹예능에 비하면 웹드라마는 신문물 축에도 끼지 못한다.
 
온라인으로 방영되는 짧은 콘텐츠인 웹드라마는 드라마에 편중된 우리나라와 달리 그 장르가 다양한 외국에서는 웹시리즈(web series)로 불린다.
 
윤성호 감독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가 2010년 인디시트콤 홈페이지에서 공개된 이후 불과 5년 만에 국내 웹시리즈 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국내 웹시리즈들은 특히 올해부터 그 인기나 형식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대형 연예기획사는 물론이거니와, 지상파까지 본격적인 웹시리즈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그 인기가 한철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한다.
 
팬덤을 통해 최소한의 흥행을 보장받으면서도, 연기력 논란도 피해갈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웹시리즈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한류스타 엑소가 출연하는 웹시리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EXO NEXT DOOR)는 올해 5월 종영 당시 누적 조회수 5천만 뷰를 기록했다.
 
'두근두근 스파이크'나 '고품격 짝사랑' 등 중국 한류시장을 겨냥한 한중 합작 웹시리즈가 늘어나는 것도 흐름 중 하나다.  
 
'드라마 왕국' MBC는 올해 연말 첫 웹시리즈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 슬립(시간여행)을 콘셉트로, 별도 부서가 아닌 드라마국에서 직접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KBS에서는 지난해 가을 플랫폼개발 사업부 아래 N스크린기획팀을 별도로 만들어 웹시리즈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웹시리즈는 남녀 사랑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에만 장르가 치우쳐 있고, 길이가 짧더라도 기존 드라마처럼 호흡이 길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런 점에서 '72초 TV'는 유독 돋보이는 웹 콘텐츠다.
 
5월 첫선을 보인 드라마는 압축된 이야기를 랩 같은 내레이션, 빠른 장면 전환, 리듬감 있는 음악으로 '짧지만 굵게' 풀어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국내 최초로 인터넷TV(IPTV) VOD로만 볼 수 있는 드라마 '여자전쟁'도 3일부터 KT올레,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케이블 VOD 서비스 내 전용관에서 공개됐다.
 
SBS TV '야왕' 등을 제작했던 베르디미디어가 만드는 '여자전쟁'은 박인권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표현 수위가 높은 원작을 자유롭게 영상화할 수 있었던 것도 IPTV에서 송출한 덕분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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