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쇄신파의 표적이 됐던 동교동계가 전당대회 시기, 지도체제 개편 등 정치일정과 당내 문제에 대해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동교동계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올 연말까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며, 내년에는 지지하는 후보 등을 포함한 모든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좌장인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일본에서 귀국한 이후 언론과 접촉하지 않은 채 자택에서 독서로 소일하거나 지인들과 골프를 하는 등 일상적인 활동만을 하고 있고, 핵심인사로 꼽히는 김옥두(金玉斗) 의원 역시 말을 아끼고 있다.

권 전위원은 조재환(趙在煥) 이훈평(李訓平) 의원 등 측근의원들에게 당내 문제와 정치일정 등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도록 함구령을 내렸고, 김옥두 의원은 "당분간 권 전위원을 포함한 동교동계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당 특별대책위원이 여론수렴차 찾아와 전대시기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며 개인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동교동계의 침묵은 우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경선 중립을 공식 선언한 마당에 정치일정을 언급할 경우 `김심(金心) 논란"을 불러일으켜 김 대통령의 총재직사퇴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화갑(韓和甲) 고문의 독자계보 선언 이후 흐트러진 동교동 내부의 전열을 정비하고, 민주당내 쇄신파 의원들의 표적에서 한발짝 벗어남으로써 내년 경선에 대비한 힘을 비축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권 전위원의 경우 대외적인 발언을 삼가되 "언제든지 기자회견을 할수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쇄신파들의 추가공세를 차단하면서 동교동계의 오랜 지지자들을 조용히 추스르는 `정중동(靜中動)"의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한 관계자는 "당분간 떠들썩하게 나서지는 않겠지만, 내년 경선국면에서는 동교동계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 "쇄신파 의원들도 세력화하고 있는데 동교동만 가만히 있으라고 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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