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중학교 선배정 지정 해제 논란

▲ 제주시 동지역 중학교 학교군을 2개로 구분하고 15개 초등학교에 적용된 선배정 지정을 해제하는 배정방법 변경안이 알려지자 해당 학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선배정 지정 해제 학교인 해안초등학교 전경. 사진=고경호 기자
동·서부 학군 구분…원거리 통학 등 불편 해소
혜택 폐지 작은 학교 학생수 줄어 존폐 걱정도
학부모 등 사전 협의 없어…설문 등 졸속 진행 
 
제주시교육지원청이 제시한 '제주시 중학교 학교군 배정 방법 변경(안)'의 핵심은 중학교 학교군을 동부와 서부 2개로 구분하는 대신 기존의 선배정 지정 해제하는 것이다. 작은 학교에 상당한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 교육당국은 변경안을 수립하면서 사전에 해당 학교와 학부모, 지역주민과의 의견조율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한 학기만을 앞두고 내년 3월에 도입에 맞춰 서둘러 추진, 반발만 확산되고 있다. 
 
△도심지 학교만 유리한 배정방법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제주특별자치도 중학교 학교군 및 중학교에 관한 고시'가 개정됨에 따라 시행방침으로 '제주시 중학교 학교군 배정 방법 변경안'을 만들었다.
 
변경안을 보면 기존에 하나로 통합됐던 제주시 동지역 학교군을 동부와 서부로 2개로 구분하고, 해당 학교군내에 있는 초등학교 졸업생들은 해당 학교군내 중학교에 추첨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예로 연동과 노형동에 있는 초등학교 졸업생은 서부학교군내 중학교만 추첨을 통해 진학하기 때문에 동중이나 오현중 등 거리가 먼 동부 학교군으로 들어갈 우려가 차단되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원거리 통학 문제점이 해소됐고,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동지역 외곽에 있는 15개 초등학교와 2개의 분교에 대한 선배정 지정을 해제키로 했다.
 
선배정 지정 해제되는 학교는 화북초, 삼양초, 봉개초, 동화초, 삼화초, 도련초, 대흘초, 해안초, 도평초, 도리초, 외도초, 광령초, 영평초, 오라초, 선인분교, 교래분교 등으로 대부분이 도심지에서 외곽에 위치한 작은 학교다.
 
배정방법 변경안은 제주시 동지역 도심지에 위치한 대규모 초등학교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외곽지역의 작은 학교는 매우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과 시교육지원청은 학교군이 2개로 구분되고, 교통시설이 확충되면서 선배정 지정을 해제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인·교래분교, 봉개초, 도련초, 해안초, 도평초, 영평초, 도리초 등의 경우 대중버스 운행 간격시간이 30분이나 길게는 1시간이 넘는 등 교통환경이 도심지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또한 버스를 2회 이상 환승해야 되기 때문에 등하교 소요시간이 1시간이 넘을 것으로 우려되는 등 학생들이 불편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그나마 15개 선배정 적용 초등학교 중 13개 학교는 학생불편 해소를 위해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학교를 중심으로 배정제외 대상을 뒀지만 영평초와 오라초는 배정제외 중학교도 지정되지 않아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외곽지역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이 중학교 선배정 지정으로 자녀를 해당 학교에 보냈지만 이 혜택이 폐지될 경우 굳이 자녀를 보낼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결국 졸업생이 20~30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학교는 학생수 감소로 이어지면서 결국 존폐위기까지 치달을 것으로 학부모와 해당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방학기간 의견수렴 졸속추진 지적
 
해안초와 선인·교래분교, 영평초 등 상당수 학교의 학부모들은 도교육청과 시교육지원청이 이번 제주시 중학교 학교군 배정방법 변경안을 수립하면서 사전에 해당 학교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 등과 의견조율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큰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변경안이 확정될 경우 가정 민감한 영향을 받는 15개 초등학교와 2개 분교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 또는 주민 공청회 등 의견수렴이 필요함에도 불구 이전 중학교 학교군(구) 용역결과를 토대로 수립했기 때문이다.
 
해안초 학부모들은 지난달 17일 설명회를 통해 선배정 지정 해제 방침을 확인한 후 반발하는 등 대다수 학교 학부모들은 최근에야 이 사실을 접하게 됐다.
 
아직도 상당수 학교의 학부모들은 선배정 지정 해제 방침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학부모의 반발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3월 시행을 위해서는 10월말까지 변경안을 확정해야 하지만 시교육지원청은 여름방학 기간인 지난달 17일 설명회를 개최한데 이어 지난달초부터 27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 제대로 된 의견수렴을 하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이 일방추진에 대해 항의하자 시교육청은 설문조사 기간을 당초 지난달 20일에서 7일을 연장한 것이다.
 
영평초 학부모는 "선배정 지정 해제는 교육감이 공약인 '아침밥을 먹는 학생', '도보로 등·하교 할 수 있는 학교'가 전혀 무시되는 것"이라며 "더구나 졸업생이 남녀 구분해 10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배정이 폐지된다면 친구없이 혼자만 중학교에 다닐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통편이 발달하고 생활권도 변화돼 선배정 지정제도에 대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단일배정 대신 3~4개 이상의 학교로 추첨대상을 늘렸다"며 "여러 학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특정학교만 혜택을 주기 힘든 부분이 많다. 여러 사항을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검토해 10월 초까지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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