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과 하나로통신의 통합 가능성이 통신업계의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양승택(梁勝澤)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년말이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이 통합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해 양사의 통합이 급진전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 장관은 더 나아가 "하나로통신이 EBITDA(감가상각.이자.세금차감전 영업이익)기준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했는데 금융권에서는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이 통합을 해야 추가 대출을 해준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는 두 회사가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점을 이용, 금융기관의 힘을빌어 통합을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9월말 현재 하나로통신 부채규모는 단기차입금 등 유동부채 7천816억원를 포함해 총 1조8천730억원에 달하며, 내년 한해동안 기간망 및 가입자망 구축과 콘텐츠개발 등에 총 4천5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두루넷의 부채규모는 1조4천547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엄청난 부채규모와 향후 대규모 투자비 조달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양사의 처지인 점을 감안, 통합과정에 금융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통합은 정통부가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통신시장 3강구도 재편 방침"과도 맞물려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즉 `한국통신-SK텔레콤-제3통신사업자군(群)"으로 이뤄지는 통신시장 3강구도하에 제3통신사업자군에서 무선분야의 LG텔레콤과 더불어 유선분야의 강력한 세력으로서 양사의 통합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개별기업의 입장에서 양사는 공룡기업인 한통과 경쟁하기 위해 통합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관측이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이 급격한 통합에 앞서 우선 양사 임원으로구성된 사업협력 추진위를 만들어 사업협력을 하기로 했지만 양사 경영진들은 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루넷도 "양사의 경영진은 국내 초고속통신 산업과 사업자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통신사업자간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사의 통합에 대해 협의한 바 있다"며 양사간 통합논의가 이미 시작됐음을 확인했다.

이 회사는 또 "양사 경영진은 파워콤 입찰에 있어서도 상호 협의해 추진하자는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며 양사간 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수준이라는 점을 밝혔다.

두루넷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13일 신윤식 사장의 기자간담회 당시 통합발언을 강력 부인하던 것과는 달리, 통합논의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온 모습이다.

그러나 양사가 통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채뿐이 회사가 통합할 경우 더 큰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과 양사의 대주주간 통합주도권 쟁탈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루넷이 양사의 통합논의와 파워콤 입찰 협의에 관한 경영진 차원의 논의를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결정 또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 것도 양사간의 주도권 쟁탈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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