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정치·경제적 파워 신장…인종다양성 강화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인종 다양성이 강화되면서 한국계를 비롯한 소수인종 배우들의 비중과 역할 확대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미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최근 아시아계와 라틴계, 흑인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운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미국 연예뉴스 웹진 '헤드라인 할리우드'(Headline Hollywood)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수인종 배우들의 부상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로,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혁명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TV 드라마에서 인종 다양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같은 흐름에는 ABC 방송의 '프레시 오프 더 보트'(Fresh Off the Boat)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갓 도착한 이민자를 뜻하는 이 시트콤은 대만계 요리사 에디 황의 동명 자서전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민 가정이 미국에 정착하면서 겪는 각종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다뤘다. 
 
지난해 말 소니픽처스 해킹 사태를 촉발한 영화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 역을 맡은 랜달 박(40)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시트콤이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안겨주면서 ABC 방송은 후속 작품으로 한국계 배우 켄 정(46)이 제작·주연을 맡은 메디컬 코미디 드라마 '닥터 켄'(Dr. Ken)을 정식으로 편성했다. 
 
실제로 미국 방송사의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 소수계 인종을 다룬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전망이다.  
 
NBC는 다인종 소재 드라마 '사랑은 네 글자'(Love is a Four Letter Word)'와 라틴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푸엔테 여자들의 저주'(The Curse of the Fuentes Women)의 방송을 확정했다.  
 
ABC는 흑인 래퍼이자 코미디언 마이크 엡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엉클 벅'(Uncle Buck)을 편성했고, CBS는 동명영화를 리메이크 한 '러시아워'(Rush Hour)를 방송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인종 다양성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지만, 그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아넨버그 저널리즘·커뮤니케이션 스쿨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7∼2014년 개봉한 인기 영화 700편에서 성과 인종,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최다 흥행수익을 올린 영화 100편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40%는 아시아 인종을, 17%는 흑인을 아예 캐스팅하지 않았다. 성적 소수자를 등장시킨 영화는 전무했으며, 여성을 주연 또는 공동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는 21편에 그쳤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들은 최근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정치적·경제적 파워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영화계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자본이 속속 유입되고 있는 데다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경제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소수계 미국인들의 파워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색인종 공동체 이야기를 다룬 폭스TV의 드라마 '엠파이어'(Empire)의 페이스북에는 1천80만 명, 트위터에는 610만 명의 팔로워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미국인 미디어연합의 댄 마에다 공동 대표는 "할리우드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유색인종을 다룬 작품이 늘어난 것은 소수계 미국인들이 SNS를 통해 이를 이슈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 내 소수계 인종 수가 날로 늘어나는 추세도 할리우드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인종 다양성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무시못할 변수다.
 
미국 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 18세 이하 미국 청소년 가운데 유색인종의 비율은 50% 이상이 될 것이며, 2042년에는 유색인종이 소수에서 주류 인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소수 인종 수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관심과 입맛에 맞는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6월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알로하'가 '화이트 워싱'(캐릭터와 상관없이 무조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 논란을 초래한 것은 인종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논란은 영화에서 중국과 하와이, 스웨덴 혼혈인 Ng 역에 금발에 녹색 눈을 가진 엠마 스톤이 캐스팅되면서 불거졌다.  
 
아시아계 시민단체인 '아시안 아메리칸을 위한 미디어 액션 네트워크'(MANAA)는 하와이 인구의 60%가 아시아계이고 백인은 30%에 불과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은 대부분 백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조연을 맡았던 성 강(43·한국명 강성호)과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은 이기홍(29) 등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1세대 한국계 배우들로 40대의 릭 윤, 윌 윤 리, 대니얼 대 킴, 켄 정, 존 조, 산드라 오, 김윤진 등이 포진하고 있다면 20∼30대 아론 유, 스티븐 연, 이기홍 등이 2세대로 뒤를 잇고 있다. 
 
이 가운데 윌 윤 리(44)는 올해 드웨인 '락' 존슨이 주연한 할리우드 재난영화 '샌안드레아'에서 조연급으로 캐스팅됐으며, 20세기 폭스의 '더 울버린'에서는 사무라이 하라다 역을 맡았다.  
 
할리우드 영화와 방송 드라마에서 인종 다양성을 반영해 소수계 출신 배우들을 많이 출연시키는 것만큼이나 영화·드라마에서 극 전개와 캐릭터 설정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수계 인종이 '어떻게 그려지는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전개돼야 하며, 앞으로 영화 감독이나 프로듀서, 작가들의 역할과 책임도 커져야 한다고 웹진은 덧붙였다.  연합뉴스미국 영화·드라마서 한국계 배우 비중·역할 확대
 
아시아계 정치·경제적 파워 신장…인종다양성 강화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인종 다양성이 강화되면서 한국계를 비롯한 소수인종 배우들의 비중과 역할 확대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미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최근 아시아계와 라틴계, 흑인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운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미국 연예뉴스 웹진 '헤드라인 할리우드'(Headline Hollywood)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수인종 배우들의 부상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로,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혁명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TV 드라마에서 인종 다양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같은 흐름에는 ABC 방송의 '프레시 오프 더 보트'(Fresh Off the Boat)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갓 도착한 이민자를 뜻하는 이 시트콤은 대만계 요리사 에디 황의 동명 자서전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민 가정이 미국에 정착하면서 겪는 각종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다뤘다. 
 
지난해 말 소니픽처스 해킹 사태를 촉발한 영화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 역을 맡은 랜달 박(40)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시트콤이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안겨주면서 ABC 방송은 후속 작품으로 한국계 배우 켄 정(46)이 제작·주연을 맡은 메디컬 코미디 드라마 '닥터 켄'(Dr. Ken)을 정식으로 편성했다. 
 
실제로 미국 방송사의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 소수계 인종을 다룬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전망이다.  
 
NBC는 다인종 소재 드라마 '사랑은 네 글자'(Love is a Four Letter Word)'와 라틴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푸엔테 여자들의 저주'(The Curse of the Fuentes Women)의 방송을 확정했다.  
 
ABC는 흑인 래퍼이자 코미디언 마이크 엡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엉클 벅'(Uncle Buck)을 편성했고, CBS는 동명영화를 리메이크 한 '러시아워'(Rush Hour)를 방송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인종 다양성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지만, 그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아넨버그 저널리즘·커뮤니케이션 스쿨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7∼2014년 개봉한 인기 영화 700편에서 성과 인종,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최다 흥행수익을 올린 영화 100편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40%는 아시아 인종을, 17%는 흑인을 아예 캐스팅하지 않았다. 성적 소수자를 등장시킨 영화는 전무했으며, 여성을 주연 또는 공동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는 21편에 그쳤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들은 최근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정치적·경제적 파워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영화계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자본이 속속 유입되고 있는 데다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경제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소수계 미국인들의 파워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색인종 공동체 이야기를 다룬 폭스TV의 드라마 '엠파이어'(Empire)의 페이스북에는 1천80만 명, 트위터에는 610만 명의 팔로워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미국인 미디어연합의 댄 마에다 공동 대표는 "할리우드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유색인종을 다룬 작품이 늘어난 것은 소수계 미국인들이 SNS를 통해 이를 이슈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 내 소수계 인종 수가 날로 늘어나는 추세도 할리우드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인종 다양성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무시못할 변수다.
 
미국 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 18세 이하 미국 청소년 가운데 유색인종의 비율은 50% 이상이 될 것이며, 2042년에는 유색인종이 소수에서 주류 인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소수 인종 수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관심과 입맛에 맞는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6월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알로하'가 '화이트 워싱'(캐릭터와 상관없이 무조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 논란을 초래한 것은 인종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논란은 영화에서 중국과 하와이, 스웨덴 혼혈인 Ng 역에 금발에 녹색 눈을 가진 엠마 스톤이 캐스팅되면서 불거졌다.  
 
아시아계 시민단체인 '아시안 아메리칸을 위한 미디어 액션 네트워크'(MANAA)는 하와이 인구의 60%가 아시아계이고 백인은 30%에 불과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은 대부분 백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조연을 맡았던 성 강(43·한국명 강성호)과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은 이기홍(29) 등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1세대 한국계 배우들로 40대의 릭 윤, 윌 윤 리, 대니얼 대 킴, 켄 정, 존 조, 산드라 오, 김윤진 등이 포진하고 있다면 20∼30대 아론 유, 스티븐 연, 이기홍 등이 2세대로 뒤를 잇고 있다. 
 
이 가운데 윌 윤 리(44)는 올해 드웨인 '락' 존슨이 주연한 할리우드 재난영화 '샌안드레아'에서 조연급으로 캐스팅됐으며, 20세기 폭스의 '더 울버린'에서는 사무라이 하라다 역을 맡았다.  
 
할리우드 영화와 방송 드라마에서 인종 다양성을 반영해 소수계 출신 배우들을 많이 출연시키는 것만큼이나 영화·드라마에서 극 전개와 캐릭터 설정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수계 인종이 '어떻게 그려지는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전개돼야 하며, 앞으로 영화 감독이나 프로듀서, 작가들의 역할과 책임도 커져야 한다고 웹진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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