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이익 급감…위기의 도화선 가능성

중국 은행권의 수익이 수직 낙하하고 있다.
 
8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그동안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 온 공상·농업 등 국유 대형은행과 초상(招商) 등 주요 민간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일제히 대폭 감소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중국의 '뉴 노멀' 추세로 자리 잡은 성장둔화와 변동성 증대로 '2선 도시'(4대 직할시 제외)에 있는 2선 은행, 특히 중소형 은행 등이 조만간 수익개선 및 자본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권이 '각개 경영'이 아닌 정부 정책 테두리 안의 은행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구조여서 금리와 정책금융 등 거시경제 정책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순이익 급격 감소…부실채권 급등 
 
공상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1천494억 위안) 증가율이 0.7%에 머물렀다. 작년 동기의 7%에 비하면 크게 둔화한 것이다.  
 
농업은행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2014년 상반기의 순이익 증가율이 13%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0.3%에 그쳤다. 교통은행도 순이익이 373억 위안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50%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세 은행의 무수익 여신(NPL) 비율은 급증했다.  
 
 
중국 교통은행(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상은행의 NPL 비율은 작년 말 1.13%에서 올 3월말 1.29%로 올라갔다. 6월에는 이 은행의 연간 부실대출 비율 경고지표(1.45%)에 근접한 1.40%까지 상승했다.
 
농업은행 NPL 비율은 올해 3월말 1.65%, 6월말 1.83% 등으로 상승했다.
 
교통은행의 연체 90일 이상 대출 규모는 작년 말 446억 위안에서 올해 6월말 710억 위안으로 단기간내 급증했다.  
 
중국경제관찰망은 올 상반기 시중은행 부실채권 잔액과 '요주의' 채권 잔액이 각각 2천493억 위안과 5천515억 위안으로 늘었고, 전체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1.50%와 3.69%로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부실여신 비중이 확대되고 잇단 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이 감소한 것이 수익 악화의 주요인이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국제관계)는 중국은행들이 30년간 저축장려 정책에 의존해 영업해오다 보니 경쟁력이 약하고 자본 건전성 강화 등 자구 노력도 등한시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정착되면 도산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이 정부의 성장률 제고와 재정 정책수행 역할을 떠맡은 것도 큰 부담이다. 당국은 유동성을 늘려도 이 자금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국유·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은행들에 압박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은 대출을 꺼리는 은행들에 단기 유동성 회수 등 징벌 조치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시스템 위기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권이 수익악화·부실채권·금리 자유화·인터넷금융 등 때문에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치훈 박사는 예대마진 축소에 부실 채권 급증, 금리 자유화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은행들이 파산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박사는 "NPL 절대 수치가 당국의 통제 범위에 있어 당장 금융시스템 위기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한국이 금융위기 심화 과정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과)는 "디플레로 금리가 인하되고 은행 수익성은 계속 나빠지는 등 경기침체 지속 상황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수익성 악화 현상이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동남아의 외환위기 징조가 엿보인다고 진단하고 "동남아 국가의 문제는 중국경제의 위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역내 어느 국가라도 외환 위기에 빠지면 중국 금융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은행권 위기 배경과 전개 과정을 분석하면서 한국도 추가 금리 인하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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